2026년 3월 말 기준, 국내 데이터센터가 한국전력에 넣은 전력 공급 신청은 누적 6만 3,846㎿입니다. 이 중 39.3%가 공급 불가 판정을 받았어요.

같은 시기 미국에서는 발전소들이 전력망에 접속하겠다고 줄을 서 있는데, 그 대기 물량이 2,061GW(기가와트)입니다. 미국 전체 발전 설비를 한 번 더 짓고도 남는 양이고, 2025년에 준공된 프로젝트가 줄을 서서 기다린 시간은 중앙값 61개월이었습니다.

AI 이야기는 보통 GPU와 모델 크기에서 시작하지만, 2026년 현재 실제로 프로젝트를 멈춰 세우는 건 전기입니다. 그것도 발전량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전기를 끌어오는 절차와 설비가 AI의 속도를 못 따라가서예요.

얼마나 늘어나는가

전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 2024년 415TWh → 2030년 945TWh 전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 2024년 415TWh → 2030년 945TWh — 출처: IEA 자료 기반 자가 렌더

IEA(국제에너지기구)의 「Energy and AI」 기준 시나리오는 이렇습니다.

  • 전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 2024년 약 415TWh → 2030년 약 945TWh. 전세계 전력의 1.5%에서 3% 가까이로 올라갑니다
  • 연평균 증가율 약 15% — 다른 모든 부문을 합친 전력 수요 증가 속도의 네 배가 넘습니다
  • AI 학습·추론에 쓰이는 가속 서버는 연 30%씩 늡니다. 일반 서버(9%)와 자릿수가 다릅니다
  • 증가분의 80%가 미국과 중국에 몰립니다. 미국은 2030년까지 +240TWh(130% 증가), 중국은 +175TWh(170% 증가)

여기서 가장 중요한 문장은 따로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2030년까지 늘어나는 전력 수요의 거의 절반이 데이터센터 몫이라는 것. 전체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작지만, 새로 늘어나는 몫에서는 이미 주인공입니다.

다만 IEA 자신도 폭을 넓게 잡아 뒀습니다.

시나리오 2035년 소비 전세계 전력 대비
Lift-Off (급팽창) 1,700TWh 이상 4.4%
Base Case (기준) 약 3% (2030년)
High Efficiency (고효율) 970TWh 2.6%
Headwinds (역풍) 약 700TWh 2% 미만

같은 기관의 같은 보고서에서 2.4배 차이가 납니다. 이 폭이 뒤에 나올 문제의 씨앗이에요.

전기는 줄을 서서 받는다

미국 계통 접속 대기열 2,061GW, 중앙값 61개월 (LBNL Queued Up 2026) 미국 계통 접속 대기열 2,061GW, 중앙값 61개월 (LBNL Queued Up 2026) — 출처: Lawrence Berkeley National Laboratory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가 매년 내는 「Queued Up」 2026년판은 2025년 말 기준 접속 대기열을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 8,200개 이상의 발전 프로젝트가 대기 중 — 발전 1,312GW + 저장장치 749GW
  • 2025년에 준공된 프로젝트의 중앙값 대기 시간은 61개월. 2015년 36개월, 2008년 22개월이었습니다
  • 2000~2020년에 접수된 요청 중 실제로 준공된 건 19%(용량 기준 13%). 71%는 철회됐습니다
  • 2025년 대기열에 새로 들어온 건 600GW인데 빠져나간 건 750GW. 대기열 총량은 오히려 줄었습니다
  • 그 와중에 가스 발전만 전년 대비 86% 늘어 253GW가 됐습니다

숫자를 읽는 법이 조금 까다롭습니다. 대기열이 줄었다고 사정이 나아진 게 아니에요. 줄이 짧아진 게 아니라 줄 서다 포기한 사람이 많아진 것이고, 실제 대기 시간은 10년 전의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한 줄 요약: 발전소를 짓는 것보다 전력망에 꽂는 것이 더 오래 걸립니다.

설비를 사는 데도 줄을 선다

데이터센터 건물·변압기·송전선·가스터빈의 확보 기간 비교 데이터센터 건물·변압기·송전선·가스터빈의 확보 기간 비교 — 출처: 업계 리드타임 집계 기반 자가 렌더

접속 절차만 문제가 아닙니다. 전기를 만들고 나르는 물건 자체가 없습니다.

가스터빈 — 2030년까지 예약 매진

GE Vernova는 2026년 말이면 2030년치 슬롯까지 예약이 찬다고 밝혔습니다. 계약 잔고는 100GW를 넘었고, 2026년 말 목표는 110GW예요. GE Vernova·Siemens Energy·Mitsubishi Power 세 곳이 대형 터빈 시장의 약 75%를 쥐고 있는데, 세 곳 모두 리드타임이 최대 8년까지 늘어났습니다. 가격은 3년 만에 세 배가 됐고요.

변압기 — 2~3년

전력용 변압기 리드타임은 2025년 2분기 기준 128주, 변전소급은 2026년에 160주를 넘습니다. 3년 넘게 기다려야 하는 물건이고, 팬데믹 이전의 2~4배 수준입니다.

송전선 — 인허가만 4년

미국에서 주간(州間) 송전선은 착공 전 인허가에만 평균 4년 이상, 길면 11년이 걸립니다. 여기에 자재 조달과 공사가 더 붙습니다.

그런데 데이터센터 건물은 1~2년

미스매치의 핵심이 이겁니다. 건물은 1~2년이면 서는데 전기는 5~8년이 걸립니다. GPU 납기가 몇 달 단위로 당겨지는 동안, 전력 쪽은 연 단위로 밀립니다. AI 투자 사이클과 전력 인프라 사이클의 시간 축이 아예 다릅니다.

병목은 요금 고지서에 먼저 나타난다

미국 PJM 용량경매 낙찰가 3년 추이 미국 PJM 용량경매 낙찰가 3년 추이 — 출처: PJM 경매 결과 기반 자가 렌더

미국 최대 전력시장인 PJM(13개 주와 워싱턴 D.C., 6,700만 명 담당)의 용량경매는 “몇 년 뒤에도 발전기를 대기시켜 두겠다”는 약속을 사는 시장입니다. 여기 가격이 이렇게 움직였습니다.

  • 2024/25 인도분 MW-day당 28.92달러 → 2025/26 269.92달러 → 2026/27 329.17달러
  • 2년 만에 11배가 올랐고, 특정 지역(BGE·Dominion 존)은 440~466달러로 더 뛰었습니다
  • 2027/28 인도분 경매 총액은 164억 달러(약 23조 원)입니다

시장 감시기관 분석을 인용한 보도들은 이 상승의 63%를 데이터센터 수요로 돌립니다. NRDC는 이 추세가 이어지면 2028년에는 PJM 지역 가정의 전기요금이 급등 이전보다 월 70달러(약 10만 원) 늘어난다고 추산했습니다.

주의해서 볼 대목은 누가 내느냐입니다. 용량 요금은 데이터센터만 따로 내는 게 아니라 그 지역 전기 사용자 전체가 나눠 냅니다. 그래서 “아직 짓지도 않은 데이터센터를 위해 잡아 둔 용량“의 비용을 지금 일반 가정이 부담한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그래서 계통 밖으로 나간다

데이터센터 부지 안에 발전 설비를 직접 세우는 온사이트 전원 개념 데이터센터 부지 안에 발전 설비를 직접 세우는 온사이트 전원 개념 — 출처: agy 생성

5년을 기다릴 수 없는 사업자들이 고른 우회로는 계통을 거치지 않는 것입니다.

부지 안에 발전기를 세운다

xAI의 멤피스 Colossus 캠퍼스는 전용 가스터빈 5기에서 380㎿를 끌어 씁니다. Meta는 텍사스 엘패소에서 El Paso Electric이 4억 7,300만 달러(약 6,620억 원)를 들여 짓는 가스발전소의 전력을 5년간 사실상 전용으로 받는 구조를 신청했습니다. 업계는 이걸 브리지 파워(계통이 연결될 때까지 버티는 임시 전원)라고 부릅니다.

발전소 옆에 데이터센터를 붙인다

2024년 말 FERC(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는 펜실베이니아 원전 부지에 최대 480㎿ 규모 데이터센터를 붙이려던 계약을 비용 전가 우려로 기각했습니다. 그러다 2025년 12월 18일, 이번에는 PJM에 코로케이션 규칙을 만들라고 만장일치로 지시했어요. PJM은 2026년 2월 23일 이행안을 제출했고 7월 31일 발효를 요청한 상태입니다.

즉 규제는 “안 된다”에서 “규칙을 정해서 하자“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이 변화가 다음 편의 전제가 됩니다 — 발전기를 데이터센터 옆에 둘 수 있게 되면, 그 발전기가 무엇이냐가 다음 질문이 되니까요.

한국은 지금 어디서 막혀 있나

국내 데이터센터 전력 신청량 대비 공급 가능량 (2026년 3월 말) 국내 데이터센터 전력 신청량 대비 공급 가능량 (2026년 3월 말) — 출처: 한국전력 집계 기반 자가 렌더

한국은 2024년 시행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에 따라, 10㎿ 이상을 쓰는 데이터센터는 전력계통영향평가를 받습니다. 한전이 최장 90일 안에 공급 가능 여부를 통보하는 제도예요.

2026년 3월 말 누적 집계는 이렇습니다.

  • 누적 신청 6만 3,846㎿ — 이 중 5만 4,263㎿가 결과를 받았고 9,583㎿(15%)는 아직 통보 전
  • 결과를 받은 물량 중 공급 가능 3만 2,949㎿(60.7%), 공급 불가 2만 1,314㎿(39.3%)

지역별 미통보 비율을 보면 제도의 의도와 반대되는 그림이 나옵니다.

지역 신청량 미통보 비율
경북 1,030㎿ 59%
충북 2,800㎿ 25%
부산·울산 5,997㎿ 17%
비수도권 전체 24,935㎿ 17.1%
수도권 전체 38,911㎿ 13.7%
서울 0%

정부는 수도권 쏠림을 풀려고 비수도권에 시설부담금 50% 할인과 예비전력 요금 면제를 주고, 계통 부담이 큰 경우 한전이 공급을 유예·거부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지방의 대기 비율이 수도권보다 높습니다. 한전은 경북의 경우 최근 신청이 몰린 영향이라며 지역별 심사 지연은 없다는 입장이고요.

여기에 업계가 지적하는 구조적 문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평가를 신청하려면 상당 수준의 사업계획을 먼저 갖춰야 해서, 전기를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초기 비용과 시간을 먼저 써야 합니다.

그런데 이 숫자들, 얼마나 믿을 수 있나

같은 프로젝트가 여러 지역에 중복 신청되며 부풀려지는 대기 물량 개념 같은 프로젝트가 여러 지역에 중복 신청되며 부풀려지는 대기 물량 개념 — 출처: agy 생성

전력난 기사는 큰 숫자를 붙일수록 잘 읽힙니다. 그래서 이 글의 숫자들에도 브레이크를 걸어 두겠습니다.

① 신청은 계획이지 건설이 아니다

미국 유틸리티들이 겪는 유령 부하(phantom load) 문제가 대표적입니다. 개발사가 같은 프로젝트를 여러 지역에 동시에 신청해 두고 조건이 가장 좋은 곳에만 짓는 식이에요. Exelon은 2040년까지 65GW 파이프라인 중 실현 가능성을 22%로 봤고, 미국 대형 유틸리티 한 곳은 2024년 접수분의 30%가 취소됐습니다. 과거 연 1~2건이던 대형 부하 문의가 지금은 연 40~50건씩 들어옵니다.

발전 쪽도 마찬가지입니다. LBNL 집계에서 접속 요청의 71%는 철회됐어요. 대기열 2,061GW는 “지어질 발전소”가 아니라 “지어 보겠다고 신청한 것“의 합계입니다.

② 예측 폭이 예측 자체만큼 크다

IEA의 2035년 전망은 700TWh에서 1,700TWh까지 벌어집니다. 효율 개선이 얼마나 빠른지, 투자가 어디까지 이어지는지에 따라 답이 달라지고, 지금 어느 쪽인지 아무도 모릅니다.

③ 그런데도 비용은 이미 청구되고 있다

여기가 고약한 지점입니다. 수요가 불확실하다고 유틸리티가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접속 신청이 들어오면 설비를 준비해야 하고, 그 비용은 요금에 실립니다. 오지 않을 수도 있는 수요에 대비한 값을 지금 모두가 나눠 내고 있고, 그 데이터센터가 끝내 안 지어져도 환불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남나

방향은 확실하고 규모는 불확실합니다 — 이 조합이 정확히 발전 투자를 어렵게 만드는 조건이에요. 발전소는 15~40년을 보고 짓는 자산인데, 수요가 5년 뒤 두 배일지 그대로일지 모르는 상태에서는 누구도 크게 베팅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 시장이 찾는 건 큰 발전소 하나가 아니라 작게 나눠 짓고 필요한 만큼 늘릴 수 있는 전원입니다.

정리 — 병목은 세 겹이다

  • 수요 — 는다는 건 확실한데 얼마나 늘지는 2.4배 차이로 갈립니다
  • 계통 접속 — 미국은 중앙값 5년, 한국은 신청의 39.3%가 공급 불가
  • 설비 — 가스터빈 최대 8년, 변압기 3년, 송전선 인허가 4년. 데이터센터 건물은 1~2년

세 겹 모두 발전량 부족이 아니라 연결 속도의 문제라는 게 핵심입니다. 전기가 없는 게 아니라, 제때 그 자리에 닿지 않습니다.

그래서 나온 발상이 발전기를 데이터센터 쪽으로 가져오는 것입니다. 가스터빈은 이미 그 역할을 하고 있는데 8년 대기와 탄소 부담이 걸립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다음 후보가 작게 만들어 공장에서 찍어 내는 원자로 — 다음 편에서 SMR이 정확히 무엇이고, 기존 원전과 무엇이 다른지 보겠습니다.

참고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