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부터 사흘간 코스피가 17% 넘게 빠졌어요. 하루에 -10.84%가 나오면서 서킷브레이커까지 걸렸고요.

그런데 방아쇠를 당긴 건 금리도, 전쟁도 아니었어요. 중국의 D램 회사 한 곳이 상장한 것이었습니다.

1탄부터 4탄까지 우리는 램이 뭔지, DRAM은 어떻게 동작하는지, 왜 가격이 폭등했는지, HBM은 왜 중요한지를 봤어요. 이번엔 그 지식을 그대로 써서 지금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읽어볼 차례예요. 준비해둔 개념들이 여기서 다 쓰입니다.

사흘 만에 무슨 일이 있었나

7월 27일부터 30일까지 코스피 종가 궤적과 사건 7월 27일부터 30일까지 코스피 종가 궤적과 사건 — 출처: 직접 작성

숫자로 먼저 보면 이래요.

날짜 코스피 종가 등락 그날의 사건
7월 27일 (월) 6,755.75 중국 CXMT 거래 첫날 +466%
7월 28일 (화) 6,023.66 -10.84% 서킷브레이커 발동 · 외국인 4조 9,841억 순매도
7월 29일 (수) 5,663.24 -5.98% SK하이닉스 실적 컨센서스 미달
7월 30일 (목) 5,593.56 -1.23% 장중 +5% 반등 시도 → 상승분 반납

3거래일 누적 -17.2%. 7월 한 달로 넓히면 30% 넘게 빠졌다는 집계도 나왔어요.

왜 이렇게까지 흔들렸을까

여기서 4탄에서 다룬 이야기가 하나 걸립니다. 코스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시가총액이 절반 이상 쏠려 있어요. 두 회사가 흔들리면 지수 전체가 같이 흔들리는 구조예요.

그러니까 이건 증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실은 메모리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1~4탄에서 공부한 그 D램 이야기요.

“금리도 전쟁도 아니었어요. 중국의 D램 회사 한 곳이 상장한 것이었습니다.”

CXMT가 어떤 회사인가

이름부터 정리해요

CXMT(Changxin Memory Technologies, 창신메모리)는 중국 1위·세계 4위 D램 회사예요. 2016년 안후이성 허페이에서 시작했고,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 이후 중국이 메모리 자립을 위해 집중 육성해온 기업입니다.

2026년 1분기 기준 세계 D램 시장 점유율은 약 8%. 1~3위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Micron 뒤를 바로 따라붙은 4위예요.

상장이 왜 사건이 됐나

항목 내용
상장 시장 상하이증권거래소 커촹반(STAR Market)
공모가 주당 8.66위안
조달 규모 약 579억 위안(약 85억 달러) · 초과배정 전량 행사 시 666억 위안
거래 첫날 공모가 대비 +466% 폭등
첫날 시가총액 700조원대 — 중국 상장사 시총 1위 등극
자금 용도 생산라인·공정·R&D 집중 투자

시장이 놀란 건 폭등률 자체가 아니라 그 돈의 용처였어요. 상장으로 확보한 수십조 원이 곧바로 D램 생산 증설에 들어간다는 뜻이니까요.

(주: IPO 조달 규모는 보도마다 46억·85억·98억 달러로 엇갈립니다. 공모가·발행주식 기준 수치와 초과배정·환율 적용 시점이 달라서인데, 이 글은 공모가 기준 발표 수치를 씁니다. 첫날 시총도 680조~712조원으로 보도가 갈립니다.)

잠깐, D램이 뭐였는지 다시

Micron MT4C1024 D램 다이 실제 현미경 사진 — 규칙적인 사각형이 메모리 셀 뱅크 Micron MT4C1024 D램 다이 실제 현미경 사진 — 규칙적인 사각형이 메모리 셀 뱅크 — 출처: Wikimedia Commons (CC BY 3.0)

위 사진이 D램 칩의 뚜껑을 열고 현미경으로 본 실제 모습이에요. 규칙적으로 늘어선 큰 사각형들이 데이터를 담는 메모리 셀 뱅크고, 좌우 테두리의 복잡한 부분이 데이터를 읽고 쓰는 회로예요.

2탄에서 커패시터 물통 비유로 설명했던 그 구조가 이렇게 생겼습니다. 물통(커패시터)에 전기를 담아 0과 1을 기억하고, 물이 새기 때문에 계속 다시 채워줘야(리프레시) 하죠. 그래서 전원을 끄면 사라지는 휘발성 메모리고요.

왜 이 구조가 경쟁의 핵심인가

D램은 같은 면적에 셀을 얼마나 촘촘하게 넣느냐가 곧 원가예요. 웨이퍼 한 장에서 칩이 많이 나오면 개당 단가가 내려가니까요. 그 촘촘함을 결정하는 게 미세 공정이고, 미세 공정을 결정하는 게 노광 장비입니다.

이 대목을 기억해두세요. 뒤에서 중국의 가장 큰 약점이 바로 여기서 나옵니다.

CXMT의 무기 ① — 30% 싼 가격

저가 물량 공세가 기존 시장 가격을 아래로 누르는 개념도 저가 물량 공세가 기존 시장 가격을 아래로 누르는 개념도 — 출처: 개념 컷 자가 생성

증권신고서에서 확인된 가장 무서운 숫자는 기술이 아니라 가격이었어요.

CXMT의 평균판매가격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Micron보다 약 30% 저렴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30%가 왜 무서운가

메모리는 범용 부품(commodity) 이에요. 같은 규격의 DDR5라면 어느 회사 제품이든 대체로 바꿔 끼울 수 있어요. 브랜드 충성도가 낮고, 가격이 거의 유일한 기준인 시장이라는 뜻이에요.

이런 시장에서 30% 싼 물량이 쏟아지면 벌어지는 일은 정해져 있어요.

  • 중국 스마트폰·PC 제조사가 자국 제품으로 갈아탑니다(수입 대체)
  • 그만큼 빅3의 물량이 줄어듭니다
  • 물량을 지키려면 빅3도 가격을 내려야 합니다
  • 결국 시장 전체 가격이 아래로 눌립니다

3탄에서 우리는 램값 폭등을 다뤘어요. 그런데 이번엔 방향이 반대예요. 가격이 눌릴 수 있다는 걱정이 반도체주를 밀어내린 거예요. 소비자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삼성·하이닉스 주주에게는 정반대죠.

메모리는 브랜드가 아니라 가격으로 팔리는 시장이에요 — 그래서 30%가 무섭습니다.

CXMT의 무기 ② — 물량

CXMT 월 웨이퍼 생산능력 증설 계획 CXMT 월 웨이퍼 생산능력 증설 계획 — 출처: 직접 작성

가격만으로는 부족해요. 싸게 팔려면 많이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시점 월 웨이퍼 생산능력
현재 32만 장
2026년 전망 35~40만 장
2027년 계획 42만 장 (현재 대비 +31%)

웨이퍼는 칩을 찍어내는 원판이에요. 월 42만 장이면 세계 D램 공급에 실질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규모입니다. 상장 자금이 바로 여기 투입돼요.

단계적 공략 로드맵

CXMT는 HBM으로 바로 정면 승부하지 않아요. 자기가 이길 수 있는 데서 시작합니다.

단계 목표 노리는 시장
1단계 DDR5·LPDDR5X 수율·원가 개선 중국 스마트폰·PC 제조사
2단계 AI 서버용 DDR5 진출 확대되는 AI 인프라 투자
3단계 2027년 HBM3E 양산 진입 목표 AI 가속기용 고대역폭 메모리

순서가 영리해요. 범용 D램에서 규모와 수율을 먼저 확보하고, 거기서 쌓은 공정 경험으로 HBM에 올라타겠다는 계획이에요. 4탄에서 HBM이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죠. 바닥의 D램을 잘 만들지 못하면 위로 쌓을 수도 없어요.

그럼 격차는 얼마나 남았을까

기술 격차를 좁혀 추격하는 구도의 개념도 기술 격차를 좁혀 추격하는 구도의 개념도 — 출처: 개념 컷 자가 생성

여기가 핵심이에요. CXMT가 이미 따라잡았다는 이야기와 아직 한참 멀었다는 이야기가 동시에 돌아다니는데, 둘 다 부분적으로 맞아요. 무엇을 기준으로 보느냐에 따라 답이 갈립니다.

이미 따라잡은 것 — 규격

CXMT는 최신 규격인 서버용 DDR5모바일용 LPDDR5X둘 다 양산 중이라고 밝혔어요. 상장을 앞두고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뒤지지 않는 최신 D램 경쟁력을 갖췄다고 자평했고요.

규격표만 놓고 보면 실제로 같은 줄에 서 있어요. 2탄에서 본 DDR 세대 경쟁에서 한 세대 뒤처지지 않았다는 뜻이에요.

아직 벌어진 것 — 공정·수율·전력

그런데 업계 평가는 이렇게 갈라져요.

비교 항목 평가
규격(DDR5·LPDDR5X) 사실상 동급 — 양산 중
공정·수율·전력 효율 국내 업체가 2~3년 앞섬
D램 종합 3년 격차
HBM 5년 격차
미세 공정 역량 EUV 반입 규제로 열위

수율은 웨이퍼 한 장에서 정상 칩이 몇 개 나오는지예요. 규격이 같아도 수율이 낮으면 원가가 올라가요. 전력 효율도 서버 시장에서는 결정적이에요. 데이터센터는 전기요금으로 승부하니까요.

그리고 EUV — 가장 단단한 벽

앞에서 미세 공정을 결정하는 건 노광 장비라고 했죠. EUV(극자외선) 노광 장비는 가장 미세한 회로를 그리는 장비인데, 중국은 반입이 규제돼 있어요.

그래서 CXMT는 한 세대 낮은 DUV 장비로 미세 공정을 구현해야 해요. 여러 번 나눠 노출하는 우회 기법을 쓰는데, 공정 단계가 늘어나니 시간과 원가가 더 듭니다. 30% 싸게 파는 회사에게 원가 상승은 아픈 지점이에요.

중국도 이걸 알아서, 올해 처음 생산되는 중국산 DUV 장비의 우선 공급 대상에 CXMT를 SMIC·화훙과 함께 넣었어요. 장비 자립까지 함께 밀고 있는 거예요.

규격은 따라잡았지만, 그 규격을 얼마나 싸고 안정적으로 만드느냐는 아직 다른 이야기예요.

삼성전자는 어떻게 대응하나

Samsung 로고 Samsung 로고 — 출처: Samsung

마침 같은 주에 실적을 발표했어요

7월 30일, 삼성전자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2분기 D램과 낸드 모두 역대 최대 출하량을 달성했다고 밝혔어요. 이 발표가 나오면서 반도체 투자심리가 일부 회복돼, 삼성전자 주가는 장중 +7.55%(22만 4,250원)까지 올랐습니다.

대응 전략은 초격차와 공급 우위

업계에서 정리하는 방향은 두 가지예요.

  • 초격차 — 중국이 따라오기 어려운 HBM4·차세대 공정으로 격차를 유지한다. 4탄에서 다룬 그 영역이에요.
  • 공급 우위 — 글로벌 고객사와의 장기 공급 관계, 검증된 품질·수율로 방어한다.

핵심은 범용 D램에서 가격으로 맞붙지 않는 것이에요. 30% 싼 물량과 단가 싸움을 하면 이길 수 없어요. 대신 중국이 아직 못 만드는 제품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전략이죠.

SK hynix 로고 SK hynix 로고 — 출처: SK hynix

SK하이닉스는 다른 이유로 흔들렸어요

정확히 짚고 갈 부분이 있어요. 7월 29일 -5.98%는 CXMT 때문만이 아니었어요.

  • SK하이닉스 실적이 시장 컨센서스에 미달했어요
  • 컨퍼런스콜에서 주주환원 정책이 제시되지 않았고, 명확한 가이던스도 없었어요
  • 전날 밤 나스닥에서 Micron -8.85%, SanDisk -14.25% 등 반도체 전반이 약세였어요

즉 이 사흘은 CXMT 쇼크 + 실적 실망 + 글로벌 반도체 약세가 겹친 결과예요. 하나의 원인으로 다 설명하면 틀립니다.

그래서 어떻게 될까 — 세 가지 관전 포인트

1. 점유율이 실제로 얼마나 움직이나

시장조사기관 Counterpoint는 CXMT의 장기 경쟁력을 판단할 지표로 2035년 비트 출하량 기준 점유율 20%, 매출 기준 점유율 15% 달성 여부를 제시했어요.

비트 출하량과 매출 점유율을 따로 보는 이유가 있어요. 싸게 많이 팔면 출하량 점유율은 빠르게 오르지만 매출 점유율은 더디게 올라요. 저가 물량으로 자리를 넓히는 전략의 특징이 이 두 숫자의 격차로 드러납니다.

2. 2027년 HBM3E가 실제로 나오나

이게 진짜 분수령이에요. HBM은 D램을 쌓고 미세한 구멍으로 층을 연결하는 고난도 공정이라, 수율이 훨씬 까다로워요. 격차가 5년으로 평가되는 이유고요.

CXMT가 2027년 목표를 지키면 추격 속도가 예상보다 빠른 것이고, 미끄러지면 범용 D램 경쟁자로 자리가 정리됩니다.

3. 우리 지갑에는 어떤 영향이

3탄에서 램값 폭등으로 컴퓨터 맞추기를 미루라고 했던 걸 기억하실까요.

방향이 바뀔 가능성이 생겼어요. 중국산 물량이 늘면 범용 D램 가격은 내려갈 수 있어요. 다만 조건이 붙어요.

요인 가격에 미치는 방향
CXMT 물량 증가 하락 압력
AI 서버의 HBM 수요 상승 압력 (3탄에서 본 그 원인)
빅3의 감산·라인 전환 상승 압력
관세·수출 규제 불확실

아직 방향을 단정할 수 없어요. 3탄의 폭등 원인(AI가 메모리를 빨아들이는 구조)이 사라진 게 아니라, 반대 방향 힘이 하나 추가된 상황입니다.

정리 — 램값에 담긴 것들

램 한 개의 가격에는 기술 격차, 노광 장비 규제, 국가 전략이 전부 들어 있어요.

1~4탄에서 쌓은 개념이 이번 편에서 어떻게 쓰였는지 되짚어볼게요.

2탄의 DRAM 구조 → 셀을 촘촘히 넣는 미세 공정이 곧 원가라는 이야기로

2탄의 DDR 세대 → CXMT가 DDR5·LPDDR5X를 양산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로

3탄의 가격 폭등 → 이번엔 반대 방향, 가격 하락 압력으로

4탄의 HBM → 중국과 격차가 가장 큰 5년 구간이 왜 거기인지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CXMT는 규격은 따라잡았고, 공정·수율·전력 효율에서는 2~3년 뒤에 있어요
  • 무기는 기술이 아니라 30% 싼 가격과 늘어나는 물량이에요
  • EUV 규제가 가장 단단한 벽이고, 중국은 장비 자립까지 함께 밀고 있어요
  • 사흘간의 폭락은 CXMT만이 아니라 실적 실망·글로벌 약세가 겹친 결과예요
  • 분수령은 2027년 HBM3E입니다

컴퓨터에 꽂는 램 한 개의 가격이, 노광 장비 수출 규제와 국가 전략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문제라는 게 이번 사흘로 드러났어요. 다음에 메모리 뉴스를 볼 때 오늘 본 격차의 구조가 한 번쯤 떠오르면 좋겠어요.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참고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