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2일 오후 1시 26분, 경남 양산의 기온이 42.5도를 찍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기온이 42도를 넘은 건 근대 기상관측이 시작된 1904년 이래 처음입니다. 122년 만이에요.
그런데 이 숫자를 보고 바로 “지구온난화 때문”이라고 말하려면 한 단계가 더 필요합니다. 하루의 기록과 수십 년의 추세는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이에요. 이 글에서는 둘을 나눠서 봅니다 — 8월 2일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기상청 53년치 관측이 무엇을 보여주는지.
122년 만에 처음 넘은 42도
양산 일최고기온 닷새 연속 40도 돌파 (7/29~8/2) — 출처: 기상청 관측값 기반 자가 렌더
양산은 7월 29일부터 8월 2일까지 닷새 연속 40도를 넘었습니다. 이것도 관측사에 없던 일이에요. 마지막 날 기온이 42.5도까지 올라가면서 역대 최고기온 기록을 사흘 연속으로 갈아치웠습니다.
여기서 짚고 갈 게 하나 있습니다. 어느 장비로 잰 값이냐에 따라 “종전 기록”이 달라져서, 기사마다 41.0도라고도 하고 41.9도라고도 합니다.
| 기록 | 관측 장비 | 값 | 시점·지점 |
|---|---|---|---|
| 기상청 공식 기후통계 종전 1위 | ASOS(종관기상관측) | 41.0℃ | 2018-08-01 강원 홍천 |
| AWS 포함 종전 최고 | AWS(자동기상관측) | 41.9℃ | 2018-08-01 경기 광주 초월읍 지월리 |
| 이번 기록 | ASOS | 42.5℃ | 2026-08-02 경남 양산 |
ASOS는 기상청이 1973년부터 공식 기후통계 자료로 써 온 장비입니다. 양산의 42.5도는 그 ASOS 기준값이라 공식 기록으로 인정되고, 전국 97개 기후통계 지점과 550여 개 AWS를 모두 통틀어도 가장 높습니다. 같은 날 김해와 경주도 40도를 넘었어요.
왜 하필 양산이었나
두 고기압에 덮인 대기와 산을 넘으며 데워지는 바람, 분지에 갇힌 열 — 출처: agy 생성
세 가지가 겹쳤습니다.
고기압이 두 겹으로 덮었다
장마가 끝난 뒤 한반도 상공을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이 이중으로 덮었습니다. 아래쪽은 고온다습한 공기가, 위쪽은 뜨겁고 건조한 공기가 누르는 구조예요. 공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갇히면서 열이 계속 쌓입니다.
푄 현상
푄 현상은 바람이 산이나 산맥을 넘어 내려오면서 따뜻하고 건조해져 기온이 오르는 현상입니다(기상청 정의). 여름철 남서풍 계열의 따뜻한 공기가 지형을 넘으면서 데워지는데, 기상청 분석에 따르면 동해안과 경상 지역에서 폭염이 다른 지역보다 먼저 시작되는 이유가 바로 이 푄 현상입니다.
분지 지형
데워진 공기가 분지에 들어오면 빠져나가기 어렵습니다. 대구가 오랫동안 ‘대프리카’로 불린 것도 같은 원리예요.
즉 양산의 42.5도는 전국이 고르게 42도가 됐다는 뜻이 아니라, 광역적인 기압 배치 위에 지역 지형 효과가 겹쳐 만들어진 국지적 극값입니다. 이 구분이 뒤에 나올 균형 섹션에서 다시 중요해집니다.
하루의 기록인가, 추세인가
1973~2025년 여름철 전국 평균기온 및 평년 편차 — 출처: 기상청
여기서부터가 본론입니다. 기상청 기후변화감시과가 2026년 7월 24일 발표한 「폭염·열대야 발생 특성 변화 분석」은 1973~2025년 53년치 관측자료(전국 62개, 제주 4개 지점)를 다뤘어요.
- 여름철(6~8월) 전국 평균기온은 10년당 +0.28℃ 상승 추세
- 2025년 여름 25.7℃로 역대 1위, 2024년 25.6℃가 2위, 2018년 25.3℃가 3위
- 연간 폭염일수는 10년당 +1.8일, 열대야일수는 10년당 +1.6일 증가
과거 10년(1973~1982)과 최근 10년(2016~2025)을 나란히 놓으면 차이가 분명해집니다.
| 지표 | 과거 10년 (1973~1982) | 최근 10년 (2016~2025) | 배수 |
|---|---|---|---|
| 연간 폭염일수 | 8.3일 | 18.3일 | 약 2.2배 |
| 연간 열대야일수 | 4.1일 | 12.2일 | 약 3.0배 |
폭염일수(일최고기온 33℃ 이상인 날)보다 열대야일수(밤최저기온 25℃ 이상인 날)가 더 가파르게 늘었다는 게 눈에 띕니다. 낮이 더워진 것보다 밤에 식지 않는 날이 더 빨리 늘어난 거예요. 2024년 열대야일수 24.5일은 종전 최다였던 1994년(16.8일)의 약 1.5배입니다.
상위 10년 중 최근이 몇 개인가
연간 전국 폭염일수 역대 상위 10년 — 출처: 기상청 분석 자료 기반 자가 렌더
53년 중 폭염일수가 가장 많았던 열 개 해를 늘어놓으면, 1~3위가 2018·2024·2025년입니다. 상위 4위 안에서 1994년 하나만 옛 기록이에요.
열대야는 쏠림이 더 심합니다. 상위 10위 안에 최근 10년의 해가 7번 들어갑니다(폭염은 4번). 앞에서 본 3.0배라는 증가 배수가 순위표에서도 그대로 보이는 셈이에요.
53년치 기록의 꼭대기가 최근 몇 년에 몰려 있습니다.
더위가 시작되는 날짜 자체가 당겨졌다
과거 10년 대비 최근 10년의 폭염 시작일 변화 (파란색일수록 빨라짐) — 출처: 기상청
이번 기상청 분석에서 새로운 대목은 일수가 아니라 시기를 정량화했다는 점입니다.
- 폭염 시작일이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10~30일 빨라졌습니다. 중부내륙(서울·이천·춘천·청주)과 광주·구미·의성·울진은 과거 7월 상순~중순에 시작하던 것이 최근에는 6월 상순~하순으로 거의 한 달 당겨졌어요
- 폭염 종료일은 8월 중순 → 8월 중순~하순으로 10일 안팎 늦어졌습니다
- 열대야 종료일은 10~20일 늦어져 남해안과 제주는 9월 상순까지 이어집니다. 강릉은 시작이 26일 빨라지고 종료가 16일 늦어져 열대야 기간이 40일가량 늘었습니다
기상청은 원인으로 북태평양고기압이 6월부터 더 북서쪽으로 확장하는 경향과 주변 해역 해수면 온도 상승을 들었습니다. 바다가 따뜻해지면 밤사이 복사냉각이 약해져 열대야가 잘 생깁니다.
체감으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 여름이 한 달 앞에서 시작해 열흘 뒤까지 이어집니다. 기상청이 올해 폭염중대경보를 신설하고 열대야주의보를 새로 도입한 것도 이 변화에 맞춘 조치예요.
“지구는 끓고 있다”는 말은 어디서 왔나
1940~2025년 전지구 일평균기온 편차 분포 — 해가 갈수록 분포 전체가 오른쪽(고온)으로 이동 — 출처: Copernicus Climate Change Service / ECMWF
이 표현은 2023년 7월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이 쓴 말입니다.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의 시대는 끝났고, 지구가 끓는(global boiling) 시대가 왔다.” 과학 용어가 아니라 정치적 경고 문구예요. 다만 그 뒤 숫자는 실제로 계속 올라갔습니다.
- 세계기상기구(WMO)는 2025년 전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47℃로 역대 3위권이라고 확인했습니다
- 2023~2025년 3년 평균이 1.5℃를 넘었습니다. 3년 구간이 1.5℃를 초과한 건 처음입니다
- WMO의 2025~2029년 전망은 연평균 +1.2 ~ +1.9℃ 범위입니다
위 그림은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가 1940년부터 2025년까지 하루 단위 전지구 평균기온 편차의 분포를 해마다 쌓은 것입니다. 특정 해의 최고기록이 아니라 분포 전체가 통째로 오른쪽으로 밀려간 모양이라, 개별 사건이 아니라 기준선 자체가 이동했다는 걸 보여줍니다.
주의할 점 하나. 파리협정의 1.5℃ 목표는 장기 평균을 말합니다. 한 해나 3년이 1.5℃를 넘었다고 목표가 곧바로 깨진 것으로 보지는 않아요. 다만 남은 여유가 거의 없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그런데 42.5도가 곧 기후변화의 증거는 아닙니다
여기서 브레이크를 한 번 밟겠습니다. 폭염 기사는 겁을 줄수록 잘 읽히지만, 이 기록 하나로 말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은 구분해야 합니다.
① 단일 기록으로는 원인을 못 짚는다
특정 폭염에 기후변화가 얼마나 기여했는지 따지려면 귀인 연구(attribution study)가 필요합니다. 같은 기압 배치를 산업화 이전 기후와 현재 기후에서 각각 수천 번 모의해, 발생 확률이 몇 배나 달라졌는지 계산하는 방식이에요.
World Weather Attribution 같은 팀이 주요 폭염마다 이 분석을 내놓는데, 이번 한국 폭염에 대한 귀인 연구는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나오기 전까지는 기후변화가 이번 기록을 몇 배 더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식의 정량적 주장을 할 수 없습니다.
② 국지 극값과 전국 평균은 다르다
앞에서 봤듯 42.5도는 두 고기압 + 푄 + 분지가 겹친 양산의 값입니다. 같은 날 전국이 42도였던 게 아니에요. 지형 효과가 큰 지점의 최고값은 해마다 크게 튀기 때문에, 추세를 볼 때는 전국 평균과 일수 통계를 봐야 합니다. 이 글에서 기상청 53년 통계를 따로 떼어 본 이유예요.
③ 관측 환경도 값에 들어간다
관측 지점 주변이 도시화되면 열섬 효과로 기온이 더 올라갑니다. 이건 실제 더위지만 전지구 온난화와는 다른 성분이라, 지점별 극값을 지구 평균 상승과 곧바로 등치시키면 과대평가가 됩니다.
④ 기록적 기온이 곧 기록적 피해는 아니다
의외의 숫자가 하나 있습니다.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 집계(보도 인용)로 2026년 5월 15일~7월 31일 누적 온열질환자는 1,638명, 추정 사망 12명인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적습니다.
| 기간 (5/15~7/31) | 온열질환자 | 추정 사망 |
|---|---|---|
| 2025년 | 2,779명 | 16명 |
| 2026년 | 1,638명 | 12명 |
기온이 더 높은데 환자가 더 적다는 건, 폭염 피해가 기온만이 아니라 대응 체계·경보·냉방 접근성에 따라 달라진다는 뜻입니다. 다만 이 집계는 42.5도를 기록한 8월 2일 이전까지라, 8월 수치가 반영되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에도 전체 환자의 약 30%가 7월 하순 열흘 남짓에 몰렸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남나
개별 기록은 흔들려도 추세는 흔들리지 않습니다. 53년간 여름 평균기온 +0.28℃/10년, 폭염일수 2.2배, 열대야일수 3.0배, 시작일 한 달 단축 — 이건 하루의 기상이 아니라 기후가 이동한 결과입니다. 42.5도는 그 이동한 기준선 위에서 지형과 기압이 겹쳐 튀어나온 값으로 보는 게 정확합니다.
그래서 무엇을 하면 되나
앞당겨진 여름에 맞춰 대비 시점을 옮기는 개념 — 출처: agy 생성
근거가 확인된 것만 적습니다.
- 대비 시점을 6월로 당기세요. 기상청 분석의 실무적 결론이 이겁니다. 폭염이 6월에 시작하므로 냉방 점검·취약계층 확인을 예년보다 한 달 앞당겨야 합니다
- 밤을 조심하세요. 열대야 증가폭이 폭염보다 큽니다. 낮에 견뎠어도 밤에 체온이 안 떨어지면 위험이 누적됩니다
- 새 특보를 확인하세요. 올해
폭염중대경보와열대야주의보가 새로 생겼습니다. 기존 주의보·경보만 알고 있으면 경고를 놓칠 수 있습니다 - 온열질환 초기 신호(어지럼·두통·메스꺼움·근육경련)가 오면 즉시 시원한 곳으로 옮기고 수분을 보충하세요. 의식이 흐리면 119입니다
- 남해안·제주는 9월 상순까지 열대야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8월 말이라고 방심하지 마세요
122년 만의 기록이 나온 날, 정작 더 무거운 숫자는 42.5라는 한 값이 아니라 폭염이 시작되는 날짜가 한 달 당겨졌다는 지도였습니다. 하루는 지나가지만 달력은 그대로 남으니까요.
참고 출처
- [기상청] 폭염은 빨라지고 열대야는 늦게까지 지속, 발생 빈도 증가와 함께 발생 기간도 확대되고 있다 (2026-07-24 · 본문 이미지 2점 출처)
- [Copernicus Climate Change Service / ECMWF] Global Climate Highlights 2025 (2026-01 · 본문 이미지 1점 출처)
- [WMO] WMO confirms 2025 was one of warmest years on record
- [뉴시스] 경남 양산 낮 한때 ‘42.5도’까지…기상 관측 사상 처음 (2026-08-02 · ASOS 관측값·종전 기록 비교)
- [경향신문] 양산 42.5도, 국내 첫 42도 돌파…폭염, 수도권으로 향한다 (2026-08-02)
- [파이낸셜뉴스] 극한더위에 누적 온열질환자 1638명 (2026-07-31 · 질병관리청 집계 인용)
- [World Weather Attribution] 극한현상 귀인 연구 방법론 (이번 한국 폭염 분석은 미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