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탄까지 오면서 그림은 분명해졌습니다. 전력망은 못 따라가고, 빅테크는 9.8GW어치 계약에 서명했고, 몇 곳은 실제로 땅을 팠습니다.

남은 질문은 하나입니다. 이게 수지가 맞나.

이번 편은 SMR을 옹호하지도 깎아내리지도 않고, 지금 나와 있는 숫자만 놓고 봅니다 — 비용, 일정, 폐기물, 그리고 대안.

첫 프로젝트는 왜 취소됐나

NuScale 첫 SMR 프로젝트의 사업비 변화 (2018→2023) NuScale 첫 SMR 프로젝트의 사업비 변화 (2018→2023) — 출처: NuScale·UAMPS 발표 기반 자가 렌더

2023년 11월, 미국에서 가장 앞서 있던 SMR 프로젝트가 취소됐습니다. NuScale과 유타주 지자체 전력조합 UAMPS가 아이다호에 짓기로 한 Carbon Free Power Project — 77MW 모듈 6기, 462MW, 2029년 가동 예정이었어요.

무너진 건 기술이 아니라 숫자였습니다.

  • 총 사업비 추정이 36억 달러(약 5조 원)에서 92억 달러(약 12조 9,000억 원)로 뛰었습니다
  • 목표 전력단가는 MWh당 58달러에서 89달러로, 1년 만에 53% 올랐습니다
  • 전기를 사겠다는 지자체가 충분히 모이지 않았고, 구독 미달로 사업이 종료됐습니다

원인은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인플레이션, 설계 변경, 공급망, 그리고 첫 호기 특유의 엔지니어링 비용이 겹쳤어요. 2탄에서 본 FOAK(첫 호기)와 NOAK(성숙기)의 격차가 실제로 어떻게 벌어지는지를 보여준 사례입니다.

그리고 이 회사의 현재도 순탄하지 않습니다. 2026년 4월 최대주주였던 Fluor가 지분을 정리했고, 2026년 1분기 매출은 56만 5,000달러로 전년 대비 96% 줄었습니다. TVA와의 프로그램은 계통 접속과 규제 문제로 일정이 밀리고 있고요.

그래서 지금 얼마인가

취소된 프로젝트만 보면 불공평하니, 실제로 짓고 있는 곳의 가격표를 보겠습니다.

캐나다 온타리오 다링턴의 BWRX-300은 4기 합계 209억 캐나다달러(2024년 화폐가치, 이자·예비비 포함)로 추산됩니다. 1호기만 61억 캐나다달러에 공통 설비 16억이 붙고요. OPG 자체 추정으로 첫 기가 미화 약 45억 달러, 설비 1kW당 약 1만 5,000달러 수준입니다.

비교 대상이 필요합니다. 미국이 최근 완공한 대형 원전 Vogtle 3·4호기는 최종 약 350억 달러(약 49조 원)에 7년 지연됐습니다. 미국 역사상 가장 비싼 인프라 사업으로 불려요.

여기서 SMR 진영의 주장이 갈립니다. “Vogtle이 비쌌던 건 원자력이 비싸서가 아니라 30년 만에 짓느라 숙련이 사라져서“라는 것이고, 그래서 같은 설계를 반복하는 SMR이 답이라는 논리입니다. 다링턴이 4기를 연속으로 짓는 것도 그 실험이에요.

발전단가로 옮기면 이렇게 됩니다. Lazard가 2026년 7월 낸 LCOE+ 19판 기준입니다.

전원 균등화발전원가 (MWh당)
육상 풍력 37~99달러
태양광 (유틸리티) 40~98달러
가스복합 51~129달러
태양광 + 저장 61~156달러
지열 67~111달러
신규 원자력 (미국) 175~255달러

신규 원자력은 가스복합의 두세 배입니다. Lazard는 SMR에 대해서도 별도의 참고값을 제시하지만, 상업운전 시점이 2030년 이후라 다른 전원과 직접 비교할 수 없는 예시적 수치라고 못 박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SMR은 가장 싼 전기가 아니라, 가장 늦게 오는 전기입니다.

일정은 지켜질까

착공에서 가동까지 걸린 기간과 목표 기간 비교 착공에서 가동까지 걸린 기간과 목표 기간 비교 — 출처: 각 프로젝트 발표 기반 자가 렌더

위 그림에서 막대 하나만 실적이고 나머지 셋은 목표입니다. 그게 이 산업의 현재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Vogtle 3호기는 2009년에 착공해 2023년에 켜졌습니다. 14년이에요. 반면 지금 진행 중인 프로젝트들의 목표는 3~5년입니다. Oklo는 2025년 9월에 착공해 2028년 가동을 목표로 잡았으니 3년이고요.

이 격차가 정당화되려면 두 가지가 참이어야 합니다. 설계가 착공 전에 완성돼 있을 것, 그리고 공장에서 만든 모듈이 현장 공정을 대체할 것. Vogtle이 실패한 지점이 정확히 첫 번째였습니다 — 설계가 덜 끝난 채로 공사를 시작해 재작업이 반복됐어요.

그래서 다음 2~3년이 관전 포인트입니다. Oklo가 2028년에 정말 켜지는지, 다링턴 1호기가 예산 안에서 끝나는지. 첫 호기가 약속을 지키면 나머지 계약이 살아나고, 또 밀리면 CFPP의 반복이 됩니다.

폐기물은 줄어드나

SMR 폐기물을 다룬 PNAS 논문 초록 (Krall·Macfarlane·Ewing, 2022) SMR 폐기물을 다룬 PNAS 논문 초록 (Krall·Macfarlane·Ewing, 2022) — 출처: PNAS

작은 원자로는 폐기물도 적게 나올 것 같지만, 연구 결과는 반대에 가깝습니다.

PNAS에 실린 Lindsay Krall·Allison Macfarlane·Rodney Ewing의 2022년 논문은 물·용융염·소듐 냉각 SMR 세 설계를 1,100MW 가압경수로와 같은 발전량 기준으로 비교했습니다.

에너지 등가 기준 폐기물 부피 증가 배수 에너지 등가 기준 폐기물 부피 증가 배수 — 출처: PNAS 게재 수치 기반 자가 렌더

  • 관리·처분해야 할 폐기물 부피가 2배에서 30배까지 늘어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 원인은 중성자 반사체화학적으로 반응성이 큰 연료·냉각재입니다. 노심이 작으면 중성자가 빠져나가기 쉬워 반사체를 둘러야 하고, 그 반사체가 방사화돼 폐기물이 됩니다

여기서 저자들이 직접 단 유보를 그대로 옮기는 게 중요합니다. 논문은 “부피가 가장 중요한 평가 지표는 아니다“라고 명시합니다. 처분장 성능을 좌우하는 건 붕괴열과 사용후핵연료의 화학적 성질인데, 그 부분에서 SMR이 이점을 주지 못한다는 게 저자들의 핵심 주장이에요.

이 논문에는 원자력계의 반박도 나왔습니다. 설계별 가정과 폐기물 분류 기준이 다르다는 지적이고, 실제 수치는 최종 설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다만 “작으니까 폐기물도 적다”는 직관은 근거가 없다는 점은 남습니다.

지금 켤 수 있는 것들

원자로를 기다리는 동안 데이터센터가 쓰는 전원들 원자로를 기다리는 동안 데이터센터가 쓰는 전원들 — 출처: agy 생성

SMR이 2030년대의 답이라면, 그전까지는 무엇으로 버티느냐가 실제 문제입니다.

대안 지금 상태 걸림돌
가스터빈 이미 온사이트로 쓰는 중 대형 3사 리드타임 최대 8년, 탄소
기존 원전 PPA 2027년부터 실제 공급 되살릴 수 있는 원전 수가 한정
태양광 + 저장 MWh당 61~156달러 24시간 대응에 저장 용량이 크게 붙음
지열 Google–Fervo 115MW가 올해 가동 지역이 제한적

지열이 흥미롭습니다. Google은 Fervo Energy와 네바다에서 115MW 규모 향상형 지열(EGS) 프로젝트를 2026년 가동 목표로 진행 중이고, 2026년 2월에는 Ormat과 150MW 계약도 맺었습니다. 24시간 무탄소라는 점에서 원자력과 성격이 같으면서, 지금 켜진다는 게 다릅니다.

즉 대안은 “원자력이냐 재생이냐”가 아니라 “언제 켜지느냐”로 갈립니다.

무엇을 보고 판단할 것인가

계약·착공·가동으로 이어지는 시간 축 계약·착공·가동으로 이어지는 시간 축 — 출처: agy 생성

앞으로도 SMR 뉴스는 계속 나올 겁니다. 그때 헤드라인의 GW 숫자 말고 볼 것 셋을 남깁니다.

  • 구속력이 있는 계약인가 — 3탄에서 본 12GW처럼 구속력 없는 합의가 섞여 있습니다. PPA인지 MOU인지가 무게를 가릅니다
  • 첫 호기가 예산과 일정 안에 들어왔는가 — 2028년 Oklo, 2030년 Kairos, 2032년 Clinch River가 시험대입니다. CFPP는 착공도 못 하고 끝났습니다
  • 연료가 준비됐는가 — 비경수형 설계는 HALEU가 필요한데, 미국 내 생산은 2026년 1월까지 누적 900kg입니다. 설계가 아무리 승인돼도 연료가 없으면 켜지지 않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SMR은 AI 전력난의 답이 될 수 있지만, 지금의 답은 아닙니다. 계통 접속 5년, 가스터빈 8년이라는 1탄의 시계 위에 SMR은 더 뒤에 놓입니다.

그런데도 이 계약들이 의미 있는 이유는, 원자력이 20년 넘게 못 구하던 첫 호기의 자금과 수요를 지금 데이터센터가 대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장이 없어서 못 짓던 물건에 시장이 생겼어요. 그게 실제 전기로 바뀌는지는 2028년부터 하나씩 확인됩니다.

당분간 AI의 전기는 가스와 기존 원전과 재생에너지가 나눠 대고, 원자로는 그 뒤에서 지어질 겁니다. AI의 속도와 발전소의 속도가 다르다는 것 — 이 시리즈에서 반복해 나온 이야기가 결국 그것 하나였습니다.

참고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