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꽂아두면 배터리가 망가지나요. 검색량이 꾸준한 질문인데, 답은 꽂아두느냐가 아니라 어떤 상태로 얼마나 오래 있느냐 쪽에 있습니다.

지금 나오는 스마트폰은 100%에서 충전 IC가 전류를 끊어서 과충전 자체는 일어나지 않아요. 그런데도 삼성과 Apple이 충전 상한 기능을 넣은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충전 상한과 배터리 수명 관계를 표현한 3D 에디터리얼 콘셉트 씬 충전 상한과 배터리 수명 관계를 표현한 3D 에디터리얼 콘셉트 씬 — 출처: 개념 컷 · agy 자가 생성

배터리를 깎는 건 충전이 아니라 상태입니다

음극 표면에 리튬이 금속으로 석출되는 과정 개념 컷 음극 표면에 리튬이 금속으로 석출되는 과정 개념 컷 — 출처: 개념 컷 · agy 자가 생성

리튬이온 셀이 늙는 경로는 크게 둘입니다.

하나는 음극 표면 피막이 두꺼워지는 것입니다. 전해질이 분해되면서 생기는 얇은 보호막인데, 고전압 상태에서 오래 있으면 이 막이 고르지 않게 자랍니다. 어느 두께를 넘기면 리튬 이온이 흑연 안으로 들어가는 길 자체를 막아요.

다른 하나는 리튬 도금입니다. 흑연 안으로 들어가야 할 리튬이 자리를 못 찾고 표면에 금속으로 내려앉는 현상이에요. 이렇게 앉은 리튬은 전기적으로 죽습니다. 다시 돌아 나오지 못하니 그만큼 용량이 영구히 줄어요.

둘 다 고전압에서 빨라집니다. 셀 전압이 4.1V를 넘는 구간에서 전해질 산화 속도가 눈에 띄게 올라가는데, 일반적인 휴대폰 셀에서 그 지점이 대략 충전량 80% 부근입니다. 충전 상한 기능이 80%를 기본 눈금으로 잡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

0.1V가 사이클 수를 두 배로 만듭니다

충전 상한 전압별 방전 사이클 수 충전 상한 전압별 방전 사이클 수 — 출처: Battery University BU-808 기반 자가 렌더

Battery University가 정리한 셀 시험 결과를 보면 충전 상한 전압과 사이클 수의 관계가 꽤 가파릅니다. 4.20V까지 채우면 300~500 사이클, 4.06V에서 멈추면 600~1,000 사이클입니다. 전압을 0.1V 낮출 때마다 사이클이 대략 두 배가 된다는 게 이 표의 요지예요.

다만 공짜는 아닙니다. 낮춘 만큼 한 번에 담기는 에너지가 줄어듭니다.

충전 상한 사이클 담기는 에너지
4.20V 300~500회 100%
4.06V 600~1,000회 81%
3.92V 1,200~2,000회 65%

4.06V는 대략 80% 충전에 해당합니다. 사이클은 두 배가 되고 한 번에 쓰는 양은 5분의 4가 되는 교환이에요. 하루에 한 번 충전하던 사람이 상한을 80%로 낮추면 충전 횟수가 늘 수 있고, 그만큼 이득은 표의 두 배보다 작아집니다.

온도가 더 크게 깎습니다

보관 온도와 충전 상태에 따른 1년 뒤 잔존 용량 보관 온도와 충전 상태에 따른 1년 뒤 잔존 용량 — 출처: Battery University BU-808 기반 자가 렌더

충전 상한보다 영향이 큰 변수가 온도입니다. 같은 자료의 보관 시험을 보면 차이가 분명해요.

25℃에서 40% 충전 상태로 1년을 두면 용량이 96% 남습니다. 같은 온도에서 100% 충전 상태로 두면 80%가 남아요. 그런데 40℃로 올리면 40% 충전이어도 85%까지 떨어집니다. 100% 충전이면 65%예요.

충전량을 낮게 두어도 온도가 높으면 그 이득이 상당 부분 사라집니다. 여름철 차량 대시보드 위, 이불이나 쿠션 위에서 충전하는 상황, 게임을 돌리면서 급속 충전하는 상황이 전부 여기에 해당해요. 충전 상한을 만지기 전에 열이 빠져나갈 자리를 확보하는 편이 효과가 큽니다.

100% 충전을 피하는 것보다 40℃를 피하는 쪽이 효과가 큽니다

20~80% 규칙은 정말 20배 이득일까

한 사이클에서 쓰는 용량에 따른 사이클 수 한 사이클에서 쓰는 용량에 따른 사이클 수 — 출처: Battery University BU-808 기반 자가 렌더

한 번에 얼마나 깊이 쓰느냐도 수명을 가릅니다. 매번 0%까지 쓰고 100%까지 채우면 300 사이클, 20%씩만 쓰고 채우면 2,000 사이클이 나옵니다. 숫자만 보면 6배가 훌쩍 넘어요.

그런데 이걸 그대로 6배 이득이라고 읽으면 틀립니다. 한 사이클에서 쓰는 양이 다르니까요. 실제로 쓴 총 에너지로 환산해야 비교가 됩니다.

한 번에 쓰는 양 사이클 완전 충방전 환산
100% 300회 300회
60% 600회 360회
20% 2,000회 400회

환산해 보면 얕게 쓰는 쪽이 여전히 유리하지만 그 폭은 1.3배 정도입니다. 6배가 아니에요. 20~80% 규칙이 효과가 없다는 뜻은 아니고, 기대치를 실제 크기에 맞춰야 한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앞 절의 두 요인이 겹칩니다. 20~80%로 쓰면 방전 깊이가 얕아지는 동시에 셀이 고전압 구간에 머무는 시간도 줄어드는데, 실제 이득의 상당 부분은 뒤쪽에서 나옵니다.

기기별로 어떻게 설정하나

삼성전자 로고 삼성전자 로고 — 출처: Samsung

삼성은 갤럭시의 배터리 보호를 세 갈래로 나눠 뒀습니다.

기본 — 100%에서 충전을 멈추고 95%로 내려가면 다시 채웁니다. 완충 뒤에는 배터리 대신 충전기 전원으로 돕니다

최대 — 상한을 80·85·90·95% 중에 고릅니다. 상한 아래로 약 2% 내려가면 다시 채웁니다

수면 보호 — 잘 때는 약 80%에서 멈추고 기상 직전에 100%까지 올립니다. 수면 패턴 학습에 2주 정도 걸립니다

Apple 로고 Apple 로고 — 출처: Apple

Apple의 최적화된 배터리 충전은 충전 습관을 학습해서 80%까지 채운 뒤 대기하다가, 쓸 시간에 맞춰 나머지를 채웁니다. 최근 기종에는 상한을 80%로 고정하는 설정도 따로 있어요.

전기차 쪽 권고도 방향이 같습니다. 일상 주행에서는 상한을 80~90%로 두고 20% 아래로 자주 내리지 않는 쪽이 권장됩니다. 장거리를 앞뒀을 때만 100%로 채우는 식이고요. 급속과 완속 중에서는 완속이 셀에 덜 부담을 줍니다. 현대·기아는 8년 또는 16만km에 용량 70% 이상을 배터리 보증 조건으로 두고 있어요.

그래서 밤새 꽂아둬도 되나

  • 꽂아두는 행위 자체는 문제가 아닙니다. 100%에서 충전 IC가 전류를 끊습니다.
  • 문제는 100%로 오래 머무는 것입니다. 수면 보호나 최적화 충전이 그 시간을 줄여 줍니다.
  • 온도가 가장 큰 변수입니다. 이불 위 충전과 여름 차 안 방치가 상한 설정보다 크게 작용합니다.
  • 상한을 낮추면 쓸 수 있는 용량도 같이 줄어드는 교환입니다. 하루 사용량이 빠듯하면 이득이 상쇄됩니다.

기기를 2년 안에 바꿀 생각이면 굳이 상한을 낮춰 불편을 감수할 이유가 크지 않습니다. 4년 이상 쓸 계획이거나 배터리 교체가 번거로운 기기라면 상한 기능이 붙는 값이 있어요. 어느 쪽이든 셀이 뜨거워지는 상황을 줄이는 게 먼저입니다.

수명을 가르는 건 몇 퍼센트까지 채웠느냐보다, 그 상태로 얼마나 오래 뜨겁게 있었느냐입니다.

참고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