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영상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대개 유압 시절 아틀라스가 남겼습니다. 백덤블링, 파쿠르, 밀려도 버티는 자세 같은 것들이요.
그런데 지금 나오는 휴머노이드는 거의 전부 전동입니다. 유압이 더 센데 왜 다들 버렸을까요.
유압 구동과 전동 구동의 구조 차이를 표현한 3D 에디터리얼 콘셉트 씬 — 출처: 개념 컷 · agy 자가 생성
유압은 지금도 더 셉니다
먼저 정리해 둘 게 있습니다. 전동이 유압을 힘으로 이겨서 넘어간 게 아닙니다. 지금도 유압이 셉니다.
2013년 기준으로 3,000psi로 작동하는 유압 실린더는 자기 무게 대비 약 10,000N/kg 의 힘을 냈습니다. 같은 시기 최고 수준의 전동 액추에이터는 약 1,500N/kg이었고요. 여섯 배가 넘는 차이입니다.
유압 대비 전동의 출력 밀도 격차 변화 — 출처: 액추에이터 기술 자료 기반 자가 렌더
바뀐 건 격차의 크기입니다. 1990년대 이전에는 유압과 전동의 출력 밀도가 100배쯤 벌어져 있었어요. 네오디뮴 계열 영구자석이 좋아지면서 그 격차가 10배 수준까지 좁혀졌습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로고 — 출처: Boston Dynamics
10배는 여전히 큰 차이인데, 여기서 갈림길이 생깁니다. 10배 차이면 다른 조건으로 메울 수 있는 범위로 들어오거든요. 관절마다 감속기를 물려 토크를 키우고, 준직접구동(QDD) 방식으로 응답성을 살리는 설계가 그 자리를 채웁니다. 관절 쪽 이야기는 8월 18일 감속기 편에서 따로 다뤘어요.
100배 시절에는 이 보정이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DARPA 과제로 잔해 위를 걷고 사다리를 오르고 전동 공구를 쓰는 로봇을 만들어야 했던 2013년에는 유압 말고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로봇은 힘만으로 굴러가지 않습니다
구동 방식별 시스템 전체 효율 — 출처: 액추에이터 에너지 효율 비교 자료 기반 자가 렌더
전동으로 넘어간 결정적인 축은 출력이 아니라 효율입니다.
전동 액추에이터 시스템의 전체 효율은 대략 75~80% 구간입니다. 유압 시스템은 40~55%예요. 이동형 유압 응용으로 좁히면 평균 효율이 약 21%까지 내려갑니다. 밸브로 유량을 조절해 속도를 맞추는 방식이라 조절하는 만큼을 열로 버리기 때문입니다.
| 구동 방식 | 시스템 효율 | 손실이 나는 곳 |
|---|---|---|
| 전동 | 75~80% | 모터·감속기 마찰 |
| 유압 | 40~55% | 밸브 교축·누유 |
| 이동형 유압 | 약 21% | 유량 조절 손실 |
효율이 반토막이라는 건 같은 일을 시키는 데 배터리가 두 배로 든다는 뜻입니다. 벽에 꽂아 쓰거나 엔진을 얹은 굴착기라면 감당할 수 있는 손해예요. 등에 배터리를 지고 다니는 로봇에서는 사정이 다릅니다.
안 움직여도 전기를 먹습니다
유압 시스템이 정지 상태에서도 압력을 유지하며 전력을 소모하는 구조 개념 컷 — 출처: 개념 컷 · agy 자가 생성
유압에서 더 불리한 항목은 따로 있습니다. 가만히 서 있어도 전기를 먹는다는 점이에요.
유압은 회로에 압력이 걸려 있어야 언제든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로봇이 정지해 있는 동안에도 펌프가 계속 돌며 압력을 유지해야 해요. 이 대기 손실이 전체 에너지 소비의 30~50%를 차지한다는 집계가 있습니다.
전동은 반대입니다. 모터는 필요할 때만 전류를 씁니다. 자세를 유지하는 동안에는 전류가 거의 흐르지 않고, 브레이크가 달린 관절이면 아예 0에 가까워요.
로봇이 하루 중 대부분을 서 있거나 기다린다면, 그 시간의 소비가 총 가동 시간을 정합니다
공장에 세워 둘 로봇을 상정하면 이 항목이 결정적입니다. 작업과 작업 사이의 대기가 실제 근무 시간의 상당 부분이니까요.
정비하는 사람이 달라집니다
현대자동차 로고 — 출처: Hyundai
물리 조건 다음에 붙는 건 운영 조건입니다.
유압은 호스와 실린더 이음매에서 기름이 샙니다. 필터를 갈고, 작동유의 점도와 오염도를 관리하고, 누유를 닦아 내는 일이 정기적으로 따라와요. 연구소에서 로봇공학자가 부품을 쌓아 두고 쓰는 장비라면 감당할 수 있습니다.
공장은 다릅니다. 로봇을 몇 년씩 세워 두고, 로봇공학자가 아닌 설비 담당자가 정비하고, 하루에 수천 번씩 같은 동작을 반복해야 합니다. 기름이 새면 제품과 바닥이 오염되고, 식품·의약품 라인이면 아예 들어갈 수 없어요.
전동은 이 목록이 대부분 사라집니다. 펌프도 호스도 작동유 탱크도 없으니 정비 항목이 모터와 감속기 쪽으로 좁혀지고, 제어도 소프트웨어로 처리합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2024년 4월 유압 아틀라스를 은퇴시키고 전동 아틀라스를 내놓은 것도 이 지점입니다. 성능을 올리려고 바꾼 게 아니라, 공장에 들여놓으려면 바꿔야 했던 것에 가까워요. 현대차그룹 라인에서 몇 년을 돌아야 하는 장비에는 다른 계산이 적용됩니다.
전동으로 간 대가는 자석입니다
세계 희토류 영구자석 생산의 중국 비중 — 출처: 희토류 영구자석 공급망 집계 기반 자가 렌더
전환이 공짜였던 건 아닙니다. 전동 액추에이터의 출력 밀도를 끌어올린 주역이 네오디뮴 계열 영구자석인데, 이 자석이 새 병목을 만들었어요.
휴머노이드 한 대에 들어가는 희토류 자석은 최대 3.5kg 수준입니다. 그리고 세계 희토자석 생산의 90% 넘는 몫이 중국에 몰려 있어요. 유압을 버리고 전동으로 옮겨 간 산업 전체가 이 한 줄에 묶여 있는 셈입니다.
국내에서는 성림첨단산업이 네오디뮴 영구자석을 양산합니다. 대구에 연 1,000톤 규모 생산 설비를 두고 있고, 폐모터와 폐자석에서 희토류를 회수해 다시 자석 소재로 쓰는 기술도 개발했어요. 국내에서 이 자석을 양산하는 곳은 여기가 유일합니다.
관절 원가에서 감속기가 차지하는 몫이 크다는 이야기를 앞서 했는데, 자석은 그 옆에 나란히 서는 항목입니다. 감속기는 일본이, 자석은 중국이 쥐고 있는 구조예요.
정리하면
- 전동이 유압을 힘으로 이긴 게 아닙니다. 지금도 출력 밀도는 유압이 10배 앞섭니다.
- 격차가 100배에서 10배로 좁혀지자 감속기·QDD 설계로 메울 수 있는 범위에 들어왔습니다.
- 결정타는 효율입니다. 전동 75~80% 대 유압 40~55%, 이동형 유압은 약 21%입니다.
- 유압은 정지 중에도 압력을 유지해야 해서 대기 손실이 총 소비의 30~50%에 이릅니다.
- 누유·필터·작동유 관리가 사라지는 것이 공장 투입의 전제 조건이었습니다.
- 대신 네오디뮴 자석이라는 새 의존이 생겼고, 그 90%가 중국에 있습니다.
구동 방식을 바꾼 건 더 센 로봇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배터리를 지고 몇 년을 버티는 로봇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참고 출처
- [Boston Dynamics] An Electric New Era for Atlas (유압 아틀라스 은퇴와 전동 전환 발표)
- [IEEE Spectrum] Hello, Electric Atlas (전동 전환 배경과 커스텀 액추에이터 설명)
- [Firgelli] The Death of Hydraulics: Why Humanoids Went Electric (비출력 수치·출력 밀도 격차 변화)
- [Power & Motion Tech] Why Electric Actuators are Replacing Hydraulics (시스템 효율·대기 손실 비중)
- [Machine Design] Comparing Electric and Fluid-Power Actuators (구동 방식별 효율 구간)
- [이투데이] 성림첨단산업 국내 유일 네오디뮴 자석 생산 (국내 양산 규모·재활용 기술)
- [글로벌이코노믹] 성림첨단산업, 로봇자석 수혜주로 급부상 (로봇 1대당 자석 사용량·중국 집중도)
- 출력 밀도·효율 수치는 제품군과 작동 조건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특정 제품의 성능값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