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28일, 코스피가 하루에 732.09포인트(-10.84%) 떨어져 6,023.66으로 마감했습니다. 장중 6,000선이 무너졌고, 오전 10시 13분에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20분간 거래가 멈췄습니다. 코스닥도 -7.72%였습니다.

이런 날에는 온갖 조언이 쏟아집니다. 이 글은 그런 조언을 하지 않습니다. 대신 하락장에서 사람들이 반복해서 틀리는 수학을 다룹니다. -10%와 +10%가 왜 같은 크기가 아닌지, 평균 수익률이 왜 내 계좌에 오지 않는지, 분할매수의 평균단가가 왜 산술평균이 아닌지 같은 것들입니다.

수학은 언제 사고 팔지 알려주지 않습니다. 다만 내가 지금 어떤 게임을 하고 있는지는 정확하게 알려줍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어치가 있습니다.

이 글은 투자 권유나 종목 추천이 아닙니다. 수학·통계 개념을 시장 데이터에 빗대어 설명하는 교육 콘텐츠이며, 특정 매매 행위를 권하지 않습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그 결과는 투자자 본인에게 귀속됩니다. 본문의 계산은 개념 설명을 위한 단순화된 예시로, 세금·거래비용·슬리피지를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오늘 시장에 무슨 일이 있었나 — 숫자로

항목
코스피 종가 6,023.66 (전일 대비 -732.09p, -10.84%)
코스닥 종가 705.85 (-59.01p, -7.72%)
장중 6,000선 붕괴
매도 사이드카 오전 9시 06분 발동 (코스닥150 선물은 9시 14분, -6.07%)
서킷브레이커 오전 10시 13분 발동 (-8.04% 시점) — 20분간 거래 중단
2026년 서킷브레이커 발동 올해 8번째
외국인 순매도 유가증권시장 4조 9,841억원
직접 계기 중국 CXMT(창신메모리)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466% 폭등 → 메모리 반도체 경쟁 우려
하락폭 순위 포인트 기준 역대 2위 (1위는 6월 23일 -910.71p)

올해만 세 번째입니다

날짜 하락률 비고
2026-03-04 -12.06% 중동 리스크 — 하락률 기준 역대급
2026-06-23 -9.99% 포인트 기준 역대 최대 (-910.71p)
2026-07-28 -10.84% 포인트 기준 역대 2위 (-732.09p)

이 표를 기억해두세요. 뒤에서 정규분포를 이야기할 때 다시 씁니다. 교과서대로라면 이 세 번은 우주가 몇 번 태어났다 사라져도 한 번 볼까 말까 한 사건이어야 하는데, 넉 달 사이에 다 일어났습니다.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 — 손실과 수익은 대칭이 아니다

하락률과 원금 회복에 필요한 수익률의 관계 곡선 하락률과 원금 회복에 필요한 수익률의 관계 곡선 — 출처: 직접 작성

-50%의 반대는 +50%가 아닙니다

100만원이 50% 떨어지면 50만원입니다. 여기서 다시 100만원이 되려면 얼마가 올라야 할까요? +50%가 아니라 +100%입니다. 50만원의 50%는 25만원뿐이니까요.

기준점이 바뀌기 때문입니다. 내려갈 때는 큰 수(100만원) 를 기준으로 깎이고, 올라올 때는 작아진 수(50만원) 를 기준으로 붙습니다.

공식은 아주 단순합니다

손실률을 L이라고 하면, 원금 회복에 필요한 수익률 R은

R = L / (1 - L)

하락률 회복에 필요한 수익률 배율
-10% +11.1% 1.11배
-20% +25.0% 1.25배
-26.6% +36.2% 1.36배
-30% +42.9% 1.43배
-50% +100.0% 2배
-70% +233.3% 3.33배
-90% +900.0% 10배

오늘 시장에 대입해보면

6월 23일 종가 8,203.84에서 오늘 6,023.66까지, 약 한 달여 만에 -26.6% 입니다. 이 지수가 6월 23일 수준으로 돌아가려면 +36.2% 가 필요합니다. 26.6을 잃었으니 26.6을 벌면 된다는 직관은 9.6%포인트만큼 틀렸습니다.

곡선을 보면 -50%를 넘어가는 순간부터 필요 수익률이 수직으로 치솟습니다. 손실을 깊게 만들지 않는 것이 수익을 크게 내는 것보다 수학적으로 유리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50%를 만회하려면 +100%가 필요합니다. 손실 방어가 곧 수익률입니다.”

평균 수익률이 당신을 속이는 방식 — 산술평균 vs 기하평균

산술평균이 같아도 최종 자산이 크게 갈리는 변동성 손실 비교 산술평균이 같아도 최종 자산이 크게 갈리는 변동성 손실 비교 — 출처: 직접 작성

같은 평균 10%인데 결과가 4배 차이납니다

두 상품이 있습니다.

  • A — 매년 정확히 +10%
  • B — 홀수 해 +50%, 짝수 해 -30%

B의 평균 수익률을 흔히 이렇게 계산합니다. (50 - 30) / 2 = +10%. A와 같습니다. 그런데 20년 뒤 100을 넣었다면,

상품 20년 후 실질 연평균
A (매년 +10%) 673 10.00%
B (+50%/-30%) 163 2.47%

같은 산술평균 10% 인데 최종 자산이 4배 이상 벌어집니다.

왜냐하면 투자는 더하기가 아니라 곱하기이기 때문입니다

수익률은 순서대로 곱해집니다. 1.5 × 0.7 = 1.05 — 2년에 5% 늘었을 뿐입니다. 연평균으로 환산하면 √1.05 - 1 = 2.47% 입니다.

이렇게 곱셈으로 계산한 평균을 기하평균(geometric mean) 이라 하고, 투자에서는 CAGR(연평균 성장률) 이라 부릅니다. 우리가 실제로 손에 쥐는 건 산술평균이 아니라 기하평균입니다.

변동성 손실 — 흔들릴수록 갉아먹힌다

산술평균과 기하평균의 차이를 변동성 손실(volatility drag) 이라 합니다. 근사식이 있습니다.

기하평균 ≈ 산술평균 - σ² / 2 (σ = 표준편차, 즉 변동성)

변동성이 커질수록 손실이 제곱으로 커집니다. 변동성이 2배가 되면 갉아먹히는 양은 4배입니다.

산술평균 변동성 σ 변동성 손실 실질 기하평균
10% 10% -0.5%p 약 9.5%
10% 20% -2.0%p 약 8.0%
10% 30% -4.5%p 약 5.5%
10% 50% -12.5%p 약 -2.5%

수익률이 같아도 덜 흔들리는 쪽이 결국 더 많이 남습니다. 항상 산술평균 ≥ 기하평균이고, 두 값이 같아지는 건 변동성이 0일 때뿐입니다.

로그 수익률 — 잃어버린 대칭을 되찾는 도구

문제 다시 보기

-50%와 +100%는 정확히 서로를 상쇄합니다. 그런데 숫자로 보면 50과 100이라 전혀 대칭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로그 수익률(log return) 을 씁니다.

로그 수익률 = ln(1 + r) (ln은 자연로그)

단순 수익률 로그 수익률
-50% -0.693
+100% +0.693
-10% -0.105
+11.1% +0.105

숫자가 부호만 다르고 크기가 같아졌습니다. 곱셈 관계였던 것이 로그를 씌우면 덧셈 관계로 바뀌기 때문입니다.

왜 유용한가 — 세 가지

  1. 더할 수 있다. 일별 로그 수익률을 그냥 합치면 기간 전체 로그 수익률이 됩니다. 단순 수익률은 이게 안 됩니다.
  2. 대칭이다. 오르내림을 같은 자로 잴 수 있어 통계 분석에 적합합니다.
  3. -100%가 -∞로 간다. 원금 전액 손실이 수학적으로 되돌아올 수 없는 지점이라는 게 식에 그대로 드러납니다.

(주: 변동이 작을 때는 ln(1+r) ≈ r 이라 로그 수익률과 단순 수익률이 거의 같습니다. 오늘처럼 -10%를 넘는 날에는 차이가 벌어집니다 — ln(0.8916) = -0.1148, 즉 -11.48%.)

시장은 정규분포를 따르지 않는다 — 두꺼운 꼬리

정규분포와 두꺼운 꼬리 분포 비교, 2026년 세 차례 급락 위치 표시 정규분포와 두꺼운 꼬리 분포 비교, 2026년 세 차례 급락 위치 표시 — 출처: 직접 작성

교과서대로라면 오늘은 일어나면 안 되는 날이었습니다

금융 이론의 상당수는 수익률이 정규분포(종 모양 곡선) 를 따른다고 가정합니다. 코스피의 일간 변동성을 σ = 1.2% 라고 놓고 오늘 하락을 재보면,

-10.84% ÷ 1.2% = 약 -9.03σ

평균에서 표준편차 9개만큼 떨어진 사건입니다. 정규분포에서 이 확률은

사건 σ 단위 정규분포 확률 기대 발생 주기
2026-06-23 (-9.99%) -8.33σ 4.2 × 10⁻¹⁷
2026-07-28 (-10.84%) -9.03σ 8.3 × 10⁻²⁰ 4경 8천조 년에 한 번
2026-03-04 (-12.06%) -10.05σ 4.6 × 10⁻²⁴

우주의 나이가 약 138억 년입니다. 오늘 같은 날은 정규분포 가정에서 우주 나이의 약 345만 배에 한 번 일어나야 합니다. 그런데 비슷한 사건이 올해만 세 번 있었습니다.

결론: 가정이 틀렸습니다

시장이 이상한 게 아니라 정규분포라는 가정이 현실과 맞지 않는 것입니다. 실제 수익률 분포는 꼬리가 두껍습니다(fat tail) — 극단적인 사건이 정규분포가 예측하는 것보다 훨씬 자주 일어납니다.

  • 첨도(kurtosis)가 높다: 평균 근처에 몰려 있다가 가끔 아주 멀리 튄다
  • 변동성 군집(volatility clustering): 큰 변동 뒤에 큰 변동이 온다 — 폭락은 하루로 끝나지 않는 경향
  • 상관관계 붕괴: 위기에는 서로 다르게 움직이던 자산들이 함께 떨어진다 (뒤에서 다룹니다)

위 그래프에서 회색 점선(정규분포)은 왼쪽으로 갈수록 절벽처럼 떨어지지만, 자주색 실선(두꺼운 꼬리)은 완만하게 이어집니다. 세 개의 세로선이 그 구간에 서 있습니다.

“정규분포를 믿고 만든 위험 관리는, 정작 위험한 날에 작동하지 않습니다.”

최대낙폭(MDD) — 고통을 재는 단위

정의

MDD(Maximum Drawdown, 최대낙폭) 는 고점에서 저점까지 가장 크게 떨어진 폭입니다.

MDD = (최고점 - 최저점) / 최고점

수익률이 아니라 낙폭을 보는 이유는, 사람이 실제로 견뎌야 하는 게 수익률이 아니라 낙폭이기 때문입니다. 연 10%를 벌어도 중간에 -50%를 겪는다면 대부분은 그 지점에서 팔아버립니다.

MDD가 알려주는 두 가지

  1. 회복 난이도 — 앞의 R = L/(1-L) 공식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MDD 40%면 +66.7%가 필요합니다.
  2. 회복 기간(Time to Recovery) — 낙폭보다 이쪽이 더 아픕니다. 지수가 원래 자리로 돌아오는 데 몇 년이 걸리기도 합니다.
MDD 회복에 필요한 수익률 연 8% 복리로 걸리는 시간
-20% +25.0% 약 2.9년
-30% +42.9% 약 4.6년
-40% +66.7% 약 6.6년
-50% +100.0% 9.0년

(주: 연 8% 복리로 회복한다고 가정한 단순 계산입니다. 실제 회복 속도는 이보다 빠를 수도, 훨씬 느릴 수도 있습니다.)

72의 법칙 — 회복 시간을 암산하는 법

규칙

원금이 2배가 되는 데 걸리는 햇수 ≈ 72 ÷ 연수익률(%)

연수익률 72의 법칙 정확한 값 오차
5% 14.4년 14.2년 0.2년
7% 10.3년 10.2년 0.1년
10% 7.2년 7.3년 0.1년

원리

정확한 식은 ln 2 ÷ ln(1 + r) 이고, ln 2 ≈ 0.693입니다.

수익률이 작을 때 ln(1+r) ≈ r 이므로 0.693 ÷ r, 백분율로 바꾸면 69.3 ÷ r(%) 이 됩니다. 72를 쓰는 건 약수가 많아 암산이 쉽기 때문입니다 (72는 2·3·4·6·8·9·12로 나눠떨어집니다).

하락장에서의 쓸모

반토막(-50%)이 났다면 원금 회복 = 2배 만들기입니다. 72의 법칙을 그대로 쓰면 됩니다. 연 7%로 회복한다면 약 10년, 연 10%라면 약 7년. 이 숫자를 한 번 계산해보는 것만으로도, 지금 자신이 감당하려는 시간이 얼마인지 감이 잡힙니다.

평균은 당신에게 오지 않는다 — 에르고딕성

여러 사람의 평균과 한 사람의 시간 경로가 갈라지는 개념도 여러 사람의 평균과 한 사람의 시간 경로가 갈라지는 개념도 — 출처: 개념 컷 자가 생성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입니다. 그리고 가장 덜 알려진 개념이기도 합니다.

동전 게임

동전을 던집니다. 자산 전부를 겁니다.

  • 앞면 → 자산 +50%
  • 뒷면 → 자산 -40%

기댓값을 계산해봅시다. (0.5 × 1.5) + (0.5 × 0.6) = 1.05. 한 번 던질 때마다 평균 +5% 입니다. 아주 좋은 게임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직접 해보면 파산합니다

한 사람이 이 게임을 계속하면, 앞면과 뒷면이 절반씩 나옵니다. 자산은 이렇게 됩니다.

1.5 × 0.6 = 0.9 — 두 번 던질 때마다 10%씩 줄어듭니다.

한 번당 실질 수익률은 √0.9 - 1 = -5.13% 입니다. 100번을 던지면 자산은 0.9⁵⁰ ≈ 0.005배, 즉 원금의 0.5%만 남습니다.

관점 계산 결과
앙상블 평균 (여러 사람의 같은 시점 평균) 산술평균 +5% / 회
시간 평균 (한 사람의 긴 시간 경로) 기하평균 -5.13% / 회

에르고딕성이란

두 평균이 같은 시스템을 에르고딕(ergodic) 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투자는 에르고딕하지 않습니다.

기댓값 +5%는 거짓말이 아닙니다. 수많은 사람이 동시에 이 게임을 하면 극소수가 어마어마하게 벌어서 전체 평균을 끌어올립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 평균이 아닙니다. 당신은 시간 축을 따라 한 번씩 던지는 한 사람이고, 당신에게 적용되는 건 시간 평균입니다.

왜 이게 하락장에서 중요한가

  • 몰빵과 레버리지가 위험한 진짜 이유입니다. 기댓값이 아무리 좋아도 한 번의 큰 손실이 곱셈 경로를 끊어버립니다.
  • 파산은 흡수 상태(absorbing state) 입니다. 자산이 0이 되면 그 뒤의 기댓값은 의미가 없습니다. 아무리 곱해도 0입니다.
  • 그래서 살아남는 것 자체가 전략이 됩니다. 화려한 수익률보다 게임에서 퇴장당하지 않는 것이 곱셈 세계에서는 더 강력합니다.

“기댓값은 여러 사람의 이야기이고, 당신이 겪는 것은 한 사람의 시간입니다.”

분할매수의 수학은 조화평균이다

매달 같은 금액을 매수할 때의 평균단가와 단순 산술평균 비교 매달 같은 금액을 매수할 때의 평균단가와 단순 산술평균 비교 — 출처: 직접 작성

매달 같은 금액을 넣으면 평균단가는 어떻게 될까

매달 10만원씩 같은 종목을 산다고 합시다. 주가가 이렇게 움직였습니다.

주가 매수 금액 산 주식 수
1월 10,000원 100,000원 10.00주
2월 8,000원 100,000원 12.50주
3월 5,000원 100,000원 20.00주
4월 6,000원 100,000원 16.67주
5월 9,000원 100,000원 11.11주
합계 500,000원 70.28주

주가의 단순 산술평균은 (10,000 + 8,000 + 5,000 + 6,000 + 9,000) / 5 = 7,600원 입니다. 그런데 실제 평균 매입단가는

500,000 ÷ 70.28 = 7,115원

485원 더 낮습니다.

이게 조화평균입니다

같은 금액을 넣으면 가격이 쌀 때 자동으로 더 많은 수량을 삽니다. 그래서 평균단가가 산술평균이 아니라 조화평균(harmonic mean) 이 됩니다.

조화평균 = n / (1/p₁ + 1/p₂ + … + 1/pₙ)

그리고 수학적으로 항상 이 순서가 성립합니다.

산술평균 ≥ 기하평균 ≥ 조화평균

정액 분할매수의 평균단가는 단순 평균보다 항상 같거나 낮습니다. 이것이 적립식 투자(Dollar-Cost Averaging)가 갖는 수학적 성질입니다.

오해하면 안 되는 부분 — 두 가지

  1. 이건 손실을 막아주지 않습니다. 평균단가가 낮아지는 것과 그 종목이 오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주가가 계속 떨어지면 평균단가도 계속 떨어지지만 평가손실은 계속 커집니다.
  2. 같은 금액일 때만 성립합니다. 같은 수량을 사면 평균단가는 그냥 산술평균이 됩니다. 조화평균 효과는 정액이라는 조건에서 나옵니다.

(주: 흔히 물타기라 부르는 행위와 정액 분할매수는 다릅니다. 전자는 손실 종목에 비중을 늘려 집중도를 높이는 선택이고, 후자는 시점 분산을 규칙화한 방식입니다. 수학은 후자의 평균단가 성질만 보장합니다.)

분산투자는 상관계수가 낮을 때만 작동한다

두 자산의 상관계수에 따른 포트폴리오 변동성 변화 두 자산의 상관계수에 따른 포트폴리오 변동성 변화 — 출처: 직접 작성

계란을 여러 바구니에 담으라는 말의 수학

두 자산에 절반씩 투자할 때 포트폴리오 변동성은 이렇게 계산됩니다.

σₚ² = w₁²σ₁² + w₂²σ₂² + 2 w₁ w₂ ρ σ₁ σ₂

여기서 ρ(로)상관계수 입니다. -1에서 +1 사이 값이고, 두 자산이 얼마나 같이 움직이는지를 나타냅니다.

두 자산 모두 변동성 20%, 50:50으로 나눠 담으면 결과는 이렇습니다.

상관계수 ρ 포트폴리오 변동성 분산 효과
-1.0 (정반대로 움직임) 0% 완전 상쇄
-0.5 10.0%
0.0 (무관하게 움직임) 14.1% 상당함
+0.5 17.3% 작음
+1.0 (똑같이 움직임) 20.0% 없음

핵심은 개수가 아니라 상관계수입니다

종목을 10개로 늘려도 그 10개가 모두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면(ρ가 1에 가까우면) 변동성은 거의 줄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반도체 대형주만 여러 개 담는 건, 종목 수는 늘었지만 수학적으로는 한 종목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가장 잔인한 사실

위기에는 상관계수가 1로 수렴합니다.

평소에는 따로 움직이던 자산들이 폭락장에서는 한꺼번에 떨어집니다. 유동성이 필요해진 투자자들이 팔 수 있는 것부터 팔기 때문입니다. 오늘처럼 외국인이 5조원 가까이 순매도하는 날, 개별 종목의 사정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분산투자는 정작 가장 필요한 순간에 효과가 가장 약해집니다. 이건 분산투자가 쓸모없다는 뜻이 아니라, 분산투자만으로 위기를 막을 수 있다고 기대하면 안 된다는 뜻입니다.

변동성이 오히려 이익이 되는 조건 — 리밸런싱

앞에서 변동성은 수익을 갉아먹는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조건을 하나 붙이면 변동성에서 수익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정보이론의 창시자 Claude Shannon이 강연에서 소개해 샤논의 도깨비(Shannon’s Demon) 라 불리는 사고 실험입니다.

아무 수익도 없는 자산으로 돈을 버는 법

이런 주식이 있다고 합시다. 매 기간 2배가 되거나 절반이 되거나, 확률은 반반입니다.

이 주식만 들고 있으면 장기 수익률은 얼마일까요? 기하평균으로 √(2 × 0.5) - 1 = 0% 입니다. 아무리 오래 들고 있어도 제자리입니다.

이제 자산을 주식 50% + 현금 50% 로 나누고, 매 기간이 끝날 때마다 다시 50:50으로 맞춰주기(리밸런싱) 만 합니다. 현금은 이자가 0%입니다.

상황 계산 포트폴리오
주식이 2배 (0.5 × 2) + (0.5 × 1) ×1.50
주식이 절반 (0.5 × 0.5) + (0.5 × 1) ×0.75

한 기간 기하평균은 √(1.5 × 0.75) - 1 = +6.07% 입니다.

0%짜리 자산과 0%짜리 현금을 섞었는데 +6%가 나왔습니다. 20기간이면 주식 단독은 1.00배 그대로인데, 리밸런싱 쪽은 3.25배가 됩니다.

어디서 나온 수익인가

마술이 아닙니다. 비싸졌을 때 자동으로 팔고, 싸졌을 때 자동으로 사는 규칙이 만들어낸 것입니다. 오른 자산의 비중이 50%를 넘으면 초과분을 덜어내고, 떨어진 자산의 비중이 모자라면 채워 넣습니다. 이 강제된 고가 매도·저가 매수변동성을 수익으로 바꾸는 장치입니다. 이것을 리밸런싱 보너스라고 부릅니다.

성립 조건 — 아무 때나 되는 게 아닙니다

조건 설명
평균 회귀성 오르내림을 반복해야 한다. 한 방향으로 계속 떨어지면 손실만 커진다
낮은 상관계수 두 자산이 같이 움직이면 리밸런싱할 것이 없다
거래비용 자주 조정할수록 수수료·세금이 보너스를 잠식한다
규칙 준수 사람의 판단이 개입하면 효과가 사라진다

특히 첫 번째가 중요합니다. 계속 하락하는 자산에 리밸런싱을 적용하면 손실이 확대됩니다. 이 개념은 변동성이 항상 나쁘지만은 않다는 원리를 보여주는 것이지, 하락장에서 특정 행동을 권하는 근거가 아닙니다.

이제 오를 때가 됐다는 착각 — 도박사의 오류

가장 흔한 논리적 실수

폭락이 며칠 이어지면 이런 말이 나옵니다. “이만큼 떨어졌으니 이제 오를 때가 됐다.”

동전을 다섯 번 던져 모두 앞면이 나왔을 때, 여섯 번째는 뒷면이 나올 확률이 높다고 느끼는 것과 같은 착각입니다. 이를 도박사의 오류(Gambler’s Fallacy) 라고 합니다.

독립 시행에서 과거 결과는 다음 결과의 확률을 바꾸지 않습니다. 동전은 앞서 무엇이 나왔는지 기억하지 못합니다.

큰 수의 법칙을 오해하지 마세요

“많이 던지면 결국 반반으로 수렴한다면서요?” 맞습니다. 하지만 수렴하는 건 비율이지 횟수 차이가 아닙니다.

던진 횟수 n 앞면 비율의 표준오차
10회 0.158
100회 0.050
1,000회 0.016

n이 커질수록 비율은 0.5로 좁혀지지만, 앞면과 뒷면의 개수 차이는 오히려 커질 수 있습니다. 균형을 맞추려는 힘이 작용하는 게 아니라, 새로 던진 횟수가 과거를 희석할 뿐입니다.

다만 주식은 동전과 완전히 같지도 않습니다

정확하게 짚고 갑시다. 주가 변동은 동전처럼 완전히 독립적이지는 않습니다.

  • 앞에서 본 변동성 군집 — 큰 하락 뒤에 큰 변동이 이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 자산 가격에 평균 회귀 성질이 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떨어졌으니 오를 차례라는 뜻이 전혀 아닙니다. 오히려 변동이 큰 상태가 지속되기 쉽다는 쪽에 가깝습니다. 하락 자체가 반등의 근거가 되지는 못합니다.

“많이 떨어졌다는 것은, 그 자체로는 오를 이유가 되지 않습니다.”

뉴스가 나올 때 확률을 갱신하는 법 — 베이즈 정리

새 정보로 믿음을 고치는 공식

하락장에는 정보가 쏟아집니다. 이걸 어떻게 반영해야 할까요. 베이즈 정리(Bayes’ theorem) 가 그 틀을 제공합니다.

**P(H E) = P(E H) × P(H) ÷ P(E)**
  • P(H) = 사전확률 — 뉴스를 보기 전 내가 믿던 확률
  • **P(E H)** = 가능도 — 그 가설이 맞다면 이 증거가 나타날 확률
  • **P(H E)** = 사후확률 — 증거를 보고 갱신한 확률

계산해봅시다

“이번 하락이 단기 조정이 아니라 구조적 위기다” 라는 가설을 세워봅니다.

항목 근거
사전확률 P(H) 20% 뉴스 보기 전 내 판단
P(대형 급락 | 구조적 위기) 90% 진짜 위기라면 급락이 거의 확실
P(대형 급락 | 단순 조정) 10% 조정이어도 급락은 가끔 있음

계산하면 사후확률은

(0.20 × 0.90) ÷ [(0.20 × 0.90) + (0.80 × 0.10)] = 0.18 ÷ 0.26 = 약 69.2%

20%에서 69.2%로 올랐습니다. 확신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여기서 배울 두 가지

  1. 사전확률이 결과를 크게 좌우합니다. 같은 뉴스라도 원래 비관적이던 사람과 낙관적이던 사람의 결론이 달라집니다. 이건 편향이 아니라 수학적으로 당연한 결과입니다.
  2. 흔한 증거는 정보가 적습니다. 위 예에서 급락이 조정 국면에서도 자주 일어난다면(P(E not H)가 크면) 사후확률은 별로 오르지 않습니다. 아무 때나 나오는 신호는 신호가 아닙니다.

위 숫자들은 설명을 위해 제가 임의로 넣은 값입니다. 실제 시장에서 이 확률들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베이즈 정리의 쓸모는 정확한 답을 내는 것이 아니라, 내 판단이 무엇에 기대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데 있습니다.

얼마나 걸어야 하나 — 켈리 공식과 과베팅

베팅 비율에 따라 장기 성장률이 최적점을 지나 급락하는 개념도 베팅 비율에 따라 장기 성장률이 최적점을 지나 급락하는 개념도 — 출처: 개념 컷 자가 생성

자금 관리의 수학

무엇을 살지보다 얼마나 걸지가 결과를 더 크게 좌우합니다. 여기에 대한 고전적인 답이 1956년 벨 연구소의 John Kelly가 제시한 켈리 공식(Kelly criterion) 입니다.

f* = (b p - q) / b

  • f* = 전체 자산 중 걸어야 할 비율
  • b = 이겼을 때 배당률 (1을 걸어 1을 더 벌면 b = 1)
  • p = 이길 확률, q = 질 확률 (q = 1 - p)
상황 계산 최적 비율
승률 55%, 1:1 배당 (1×0.55 - 0.45)/1 10%
승률 60%, 1:1 배당 (1×0.60 - 0.40)/1 20%
승률 40%, 2:1 배당 (2×0.40 - 0.60)/2 10%

승률이 55%나 되는 유리한 게임에서도 켈리 공식이 권하는 비율은 자산의 10% 입니다. 직관보다 훨씬 보수적입니다.

과베팅의 대가

켈리 공식의 진짜 교훈은 최적값이 아니라 그 너머에 있습니다.

  • f* 보다 적게 걸면 — 성장이 느려질 뿐입니다
  • f* 보다 많이 걸면 — 성장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어느 지점을 넘어서면 장기 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됩니다
  • 2f* 를 넘으면 — 기댓값이 플러스인 게임인데도 장기적으로 파산합니다

이유는 앞서 본 에르고딕성과 같습니다. 곱셈 세계에서는 한 번의 큰 손실이 회복 불가능한 상처를 남깁니다.

현실에서는 절반만 씁니다

실무에서는 하프 켈리(f*/2) 를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승률 p와 배당률 b를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승률을 실제보다 높게 잘못 추정하면 자동으로 과베팅이 되고, 그 대가가 매우 크기 때문에 안전 여유를 둡니다.

켈리 공식은 승률과 배당률을 정확히 아는 게임을 전제합니다. 주식시장에서 이 값들은 알 수 없고 시간에 따라 변합니다. 따라서 이 공식은 비중을 계산하는 도구가 아니라, 과베팅이 왜 위험한지 보여주는 개념적 근거로 이해하는 게 맞습니다.

서킷브레이커에도 수학이 있다

오늘 발동된 안전장치들도 숫자로 설계돼 있습니다.

장치 발동 조건 조치
사이드카 선물 가격이 기준 대비 급변해 일정 시간 지속 프로그램 매매 5분 정지
서킷브레이커 1단계 지수 8% 이상 하락 1분 지속 전 종목 20분 중단
서킷브레이커 2단계 지수 15% 이상 하락 추가 20분 중단
서킷브레이커 3단계 지수 20% 이상 하락 당일 매매 종료

왜 시간을 멈추는가

이건 가격을 되돌리려는 장치가 아닙니다. 정보 처리에 시간을 주는 장치입니다.

  • 앞서 본 변동성 군집 — 큰 하락은 더 큰 하락을 부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 반사적 매도가 다시 매도를 부르는 되먹임(feedback loop)을 물리적으로 끊습니다
  • 20분은 사람이 가격이 아니라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입니다

오늘 코스피는 -8.04%에서 서킷브레이커가 걸렸지만, 결국 -10.84%로 마감했습니다. 이 장치는 하락을 막지 못합니다. 다만 한 호흡에 무너지는 것을 막습니다.

이 수학이 말해주지 않는 것

정직하게 한계를 적습니다. 여기까지 읽고 나면 시장을 통제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들 수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다룬 것 다루지 못한 것
손실 회복에 얼마가 필요한가 언제 회복될지, 회복될지 여부
변동성이 수익을 갉아먹는 구조 미래 변동성이 얼마일지
극단값이 자주 온다는 사실 언제 어느 방향으로 올지
분산의 조건 위기에 상관계수가 얼마나 오를지
과베팅이 위험한 이유 실제 승률과 배당률

특히 주의할 세 가지

  1. 과거 통계는 미래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두꺼운 꼬리라는 건 과거 데이터로 계산한 확률조차 믿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2. 모든 예시는 단순화됐습니다. 세금·거래비용·슬리피지·환율을 뺐습니다. 실제 수익률은 예시보다 낮습니다.
  3. 수학은 가치 판단을 하지 않습니다. 어떤 위험이 감당할 만한지는 각자의 자금 사정·기간·성향에 달린 문제이고, 공식이 답해줄 수 없습니다.

수학은 시장을 예측하지 못합니다. 다만 내가 어떤 게임을 하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려줍니다.

오늘 기억할 세 문장

  1. -26.6%를 회복하려면 +36.2%가 필요합니다. 손실과 수익은 대칭이 아닙니다.
  2. 당신이 겪는 것은 기댓값이 아니라 기하평균입니다. 살아남는 것 자체가 전략인 이유입니다.
  3. 오늘 같은 날은 정규분포가 말하는 것보다 훨씬 자주 옵니다. 올해만 세 번이었습니다.

다시 한 번 적습니다. 이 글은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어떤 종목도, 어떤 매매 시점도 권하지 않았습니다. 위 개념들은 시장을 이해하는 도구일 뿐이며, 모든 투자 판단과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실제 투자 결정에는 자격을 갖춘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