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탄에서 미국의 2026년 목표 물량 16GW 중 실제 착공은 약 5GW라고 봤습니다. 그럼 삽을 뜬 5GW는 일정대로 켜질까요?

여기에 관문이 하나 더 있습니다. 장비가 다 들어와도 소방·안전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전원을 못 넣어요.

AI 의 전기 (6) — 16GW 중 착공은 5GW, 나머지는 어디 갔나

착공과 준공 사이를 막아선 심사 절차를 표현한 3D 에디터리얼 콘셉트 씬 착공과 준공 사이를 막아선 심사 절차를 표현한 3D 에디터리얼 콘셉트 씬 — 출처: 개념 컷 · agy 자가 생성

착공한 뒤에 걸리는 것들

전력망 접속과 변압기 납기는 5탄에서 본 그대로 앞단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그 둘을 다 넘긴 프로젝트도 준공에서 다시 걸립니다. 걸리는 자리는 발전기 배기 허가, 소방 설비 승인, 그리고 지자체 심의예요.

Global Data Center Hub 집계로는 2024년 5월부터 2025년 3월 사이 미국에서 규제 문제로 지연되거나 막힌 프로젝트가 약 89조 6,000억 원(640억 달러) 규모입니다. 발표만 된 물량이 아니라 이미 자본이 들어간 프로젝트들이에요.

1조 4,000억 원 규모 데이터센터의 지연 기간별 자본비용 1조 4,000억 원 규모 데이터센터의 지연 기간별 자본비용 — 출처: Global Data Center Hub 집계 기반 자가 렌더

지연은 그 자체로 청구서가 붙습니다. 1조 4,000억 원짜리 프로젝트를 자본비용 7%로 놓으면 12개월 지연에 980억 원, 18개월이면 1,470억 원이 그냥 얹혀요. 장비를 다 사놓고 켜지 못하는 기간이 길수록 손실이 커집니다.

규제가 붙는 자리는 셋입니다

데이터센터가 다른 대형 건물과 다른 지점은 세 가지입니다. 안에 배터리가 많고, 밖에 디젤 발전기가 붙고, 옆에 변전소가 있어요. 규제도 그 셋에 각각 붙습니다.

규제하는 것 걸리는 단계
배터리·전산실 화재 확산 차단 소방 설비 승인
비상 발전기 대기오염물질 배출 배기 허가
변전소·부지 이격거리·소음 지자체 심의

미국 데이터센터 인허가에 걸리는 기간 구간별 비교 미국 데이터센터 인허가에 걸리는 기간 구간별 비교 — 출처: Global Data Center Hub · Milrose Consultants 집계 기반 자가 렌더

세 축 중 가장 빠르게 조여진 건 세 번째입니다. 2023년 이전 미국에서는 상업·공업 지구라면 데이터센터가 대체로 별도 심의 없이 지어졌고 허가가 60~90일에 나왔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버지니아 라우던 카운티는 2025년 3월부터 공청회를 포함한 특별예외 절차로 바꿨고, 페어팩스 카운티는 주거지 경계에서 약 61m(200피트) 이격을 요구합니다. 지하철 노선에서 1.6km 안쪽은 아예 다른 심의를 받아요.

서류 한 번을 덜 갖춰 내면 보완 심사에만 3~9개월이 더 붙고, 발전기 규제 역시 함께 조여져 버지니아에서 2026년 7월 1일 이후 접수하는 디젤 발전기 대기 허가는 Tier 4에 해당하는 배출 저감 장치를 갖춰야 합니다.

허가가 90일에 나오던 관행이 3년 만에 12개월짜리 심의로 바뀌었습니다

대전 화재 이후 국내 기준이 바뀌었습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이후 국내 데이터센터 안전 제도 변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이후 국내 데이터센터 안전 제도 변화 — 출처: 행정안전부·소방청·서울시의회 발표 기반 자가 렌더

2025년 9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에서 난 화재는 배터리를 옮기는 작업 중 시작됐습니다. 국가 전산망이 멈췄고, 그 뒤로 제도가 연이어 움직였어요.

정부는 공공 데이터센터 안전기준을 민간 수준 이상으로 올려 2026년 2월 11일부터 시행했습니다. 조달청은 리튬이온 배터리 설치나 특수구조 건축물처럼 안전성이 크게 요구되는 공공 공사·용역 입찰에 관련 실적이 있는 업체만 들어올 수 있게 제한했고요.

소방 쪽도 따라 움직여, 소방청이 개정 소방기본법 시행에 맞춰 입법예고한 하위법령에는 화재 전 건물 구조와 리튬이온전지 적재 현황을 사전 조사할 수 있는 근거가 들어갔습니다. 아울러 지정수량의 150배 이상을 저장·취급하는 공장·창고에는 자동화재탐지설비 설치 의무가 붙습니다.

문제는 데이터센터라는 용도 자체가 아직 제자리를 못 찾았다는 점입니다. 현행 소방시설법에서 데이터센터는 방송통신시설이거나 업무시설 안의 전산실로 분류됩니다. 1980~90년대에 만든 칸이라 지금의 수만 제곱미터짜리 시설에는 맞지 않아요. 2시간 이상 방화 등급 의무화, 리튬이온 전용 소화설비 의무화, 유독 연기 배출 같은 항목이 개선 과제로 계속 거론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배터리실은 아직 붙어 있습니다

배터리실이 전산실과 분리되지 않은 시설 비율 배터리실이 전산실과 분리되지 않은 시설 비율 — 출처: 행정안전부 실태 점검 집계 기반 자가 렌더

대전센터는 2024년부터 배터리 재배치를 추진해 2026년 1월에 끝냈습니다. 그런데 같은 점검에서 행정·공공기관 1·2등급 시스템을 돌리는 시설의 69.5%는 배터리실이 여전히 전산실과 분리되지 않은 상태로 확인됐어요.

배터리실 분리는 소화설비를 하나 더 다는 일이 아니라 건물 구조를 바꾸는 일입니다. 방화 구획을 새로 치고 전력 경로를 다시 짜야 해서, 돌아가고 있는 시설에서는 무정전 이설 계획부터 세워야 합니다. 신규 건물이면 설계 단계에서 반영되지만 기존 시설은 그렇지 않아요.

냉각 쪽에도 같은 종류의 항목이 있습니다. 액침냉각용 냉각유는 인화점 250℃를 넘겨야 위험물 규제를 피하는데, 그 경계선 이야기는 8월 14일 글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여기서 짚을 건 하나예요 — 냉각 방식을 바꾸면 소방 심사 항목도 같이 바뀝니다.

착공 신고에서 잡히는 국내 현장들

인허가를 받고도 착공 신고에서 멈춘 현장 개념 컷 인허가를 받고도 착공 신고에서 멈춘 현장 개념 컷 — 출처: 개념 컷 · agy 자가 생성

국내에서 실제로 프로젝트를 세우는 지점은 소방 설비가 아니라 그 앞의 행정 절차입니다.

현장 걸린 지점 결과
고양 덕이동 전자파 우려 민원 약 10개월 지연
김포·고양 착공 신고 반려 행정심판 후 재개
서울 금천구 갈등유발 예상시설 사전 고지·의견 수렴

고양 덕이동 현장은 주민 반발과 지자체의 착공 신고 반려로 10개월가량 멈춰 섰습니다. 김포와 고양에서는 인허가를 내주고도 착공 신고를 반려했다가 행정심판에서 지자체가 패소해 공사가 재개된 사례까지 나왔어요. 금천구는 데이터센터를 갈등유발 예상시설로 지정해 사전 고지와 주민 의견 수렴을 거치게 했습니다.

주민 쪽이 드는 근거는 저주파 소음, 분진, 전자파, 열 배출입니다. 여기에 대전 화재가 얹히면서 안전 항목이 새로 들어왔어요.

제도 쪽에서도 움직임이 나왔습니다. 서울시의회는 2026년 4월 안전한 주거환경 조성을 위한 데이터센터 입지 관련 건축법 개정 촉구 건의안을 본회의에서 의결했습니다. 현행 건축법에서 데이터센터가 방송통신시설로 분류돼 환경영향평가나 주민 의견 청취 없이 지을 수 있다는 게 발의 근거였고, 건축위원회 심의 의무화와 주민 의견 수렴 절차 제도화를 요구했습니다. 건의안은 국회와 국토교통부로 갑니다.

용산에서는 2026년 8월 6일 주민설명회가 열렸습니다. 혐오시설 인식을 어떻게 다룰지가 그 자리의 주제였어요.

정리하면

  • 착공은 준공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배기 허가·소방 승인·지자체 심의가 뒤에 남아 있습니다.
  • 미국은 허가 60~90일 관행이 3년 만에 6~12개월 특별예외 심의로 바뀌었습니다.
  • 국내는 소방 기준보다 착공 신고 단계의 행정 절차에서 먼저 멈춥니다.
  • 데이터센터가 방송통신시설로 분류된 채라 안전 기준도 주민 절차도 근거가 약합니다.

앞으로 볼 것

  • 건축법상 데이터센터 용도 신설 여부 — 이게 생기면 심의 절차와 안전 기준이 같이 붙습니다.
  • 배터리실 분리율 — 69.5%가 내려가는 속도가 공공 시설 개선 속도입니다.
  • 지자체 착공 신고 반려의 행정심판 결과 — 판단이 쌓이면 반려 관행이 갈립니다.
  • 버지니아 Tier 4 적용 이후 발전기 조달 단가 — 배기 규제가 원가로 넘어오는 크기입니다.

전기를 끌어오는 일과 전원을 켜도 된다는 허가를 받는 일은 다른 공정입니다.

참고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