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증, 회사 장부, 도시 인구, 강의 길이… 세상의 온갖 숫자들을 모아 첫 자리만 본다고 해볼게요.

1로 시작하는 숫자와 9로 시작하는 숫자, 비율이 비슷할 것 같죠?

놀랍게도 1로 시작할 확률이 약 30%, 9로 시작할 확률은 5%도 안 됩니다.

이 신기한 쏠림을 설명하는 게 바로 벤포드의 법칙(Benford’s Law)이에요.

장부 숫자를 돋보기로 들여다보는 부정 탐지 개념 장부 숫자를 돋보기로 들여다보는 부정 탐지 개념 — 출처: agy 생성

벤포드의 법칙이란?

자연스럽게 모인 데이터에서 맨 앞자리 숫자 d가 나올 확률은 균등하지 않아요.

작은 숫자(1, 2)가 훨씬 자주, 큰 숫자(8, 9)는 드물게 나옵니다.

첫자리별 확률

  • 1 → 약 30.1%
  • 2 → 약 17.6%
  • 3 → 약 12.5%
  • 4 → 약 9.7%
  • 5 → 약 7.9%
  • 6 → 약 6.7%
  • 7 → 약 5.8%
  • 8 → 약 5.1%
  • 9 → 약 4.6%

한 줄 공식

이 분포는 딱 떨어지는 식으로 표현돼요.

  • P(d) = log₁₀(1 + 1/d)

여기서 log₁₀은 밑이 10인 로그예요. d에 1을 넣으면 log₁₀(2) ≈ 0.301, 즉 30.1%가 나옵니다.

벤포드 법칙 곡선(빨강)과 물리상수 실제 데이터(초록) 비교 벤포드 법칙 곡선(빨강)과 물리상수 실제 데이터(초록) 비교 — 출처: Wikimedia Commons(퍼블릭 도메인)

한 줄 요약: 자연스러운 데이터의 첫자리는 1이 가장 흔하고, 숫자가 커질수록 드물어진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직관적으로 풀어볼게요. 핵심은 “숫자는 곱셈으로 자란다”는 데 있어요.

자릿수를 넘나드는 데이터

어떤 값이 100에서 1,000으로 커지는 동안을 생각해봐요.

100~199 구간(첫자리 1)을 지나는 시간이, 900~999 구간(첫자리 9)을 지나는 시간보다 훨씬 깁니다.

10배가 되려면 1에서 2로 가는 게 9에서 10으로 가는 것보다 더 많이 불어나야 하거든요.

그래서 로그 스케일에서 보면 첫자리는 고르게 퍼지고, 일반 숫자로 되돌리면 1쪽으로 쏠립니다.

척도 불변(scale invariance)

벤포드 분포의 멋진 성질 하나. 단위를 바꿔도(원 → 달러, m → ft) 분포가 그대로예요.

자연스러운 데이터라면 어떤 잣대로 재든 첫자리 패턴이 유지된다는 뜻이죠.

진짜 그런가? — 실제 데이터로 확인

이론만이 아니에요. 실제 데이터가 정말 이 곡선을 따라갑니다.

위 그래프(물리상수)도 벤포드 곡선에 거의 포개졌죠. 인구 데이터도 마찬가지예요.

세계 각국 인구의 첫자리 분포 — 벤포드와 일치 세계 각국 인구의 첫자리 분포 — 벤포드와 일치 — 출처: Wikimedia Commons · CC BY-SA 4.0

강의 길이, 주가, 도시 인구, 거리 주소, 회계 장부 금액처럼 여러 자릿수에 걸쳐 퍼진 데이터일수록 벤포드의 법칙이 잘 들어맞아요.

어디에 쓰나? — 부정 탐지

여기서부터가 진짜 쓸모예요.

사람이 숫자를 지어내면 보통 첫자리를 고르게(또는 5~9를 너무 많이) 쓰는 경향이 있어요.

진짜 데이터의 벤포드 패턴을 못 따라가죠.

활용 분야

  • 포렌식 회계 — 분식회계·세금 신고서의 조작 의심 탐지
  • 선거 분석 — 득표수 첫자리 분포로 이상 징후 점검
  • 데이터 품질 — 조작·오류·중복 입력 같은 이상치 검출

실제로 회계·감사에서 벤포드 분석은 ‘1차 거름망’으로 널리 쓰여요.

만능은 아니다 — 한계

다만 벤포드의 법칙을 만능 거짓말 탐지기로 오해하면 안 돼요.

안 맞는 경우

  • 범위가 좁은 데이터 — 성인 키(150~190cm), 신발 사이즈처럼 자릿수 변화가 작으면 적용 X
  • 할당된 번호 — 전화번호, 주민번호, 우편번호처럼 규칙으로 정해진 값
  • 균등/인위적 분포 — 추첨 번호, 가격을 9,900원처럼 맞춘 데이터

또한 벤포드에서 벗어난다고 곧바로 부정은 아니에요. 어디까지나 “더 살펴볼 신호”일 뿐, 증거가 아닙니다.

정리

  • 자연스러운 데이터의 첫자리는 1이 약 30%, 커질수록 드물어진다 — P(d) = log₁₀(1 + 1/d)
  • 이유: 숫자는 곱셈으로 자라고, 로그 스케일에서 고르게 퍼지기 때문(척도 불변)
  • 쓸모: 회계·세금·선거의 조작 탐지 ‘1차 거름망’
  • 한계: 범위 좁은·할당된·인위적 데이터엔 안 맞고, 벗어남 = 부정 아님(신호일 뿐)

숫자만 잘 들여다봐도 보이는 패턴이 있다니, 수학이 꽤 쓸모 있죠?

참고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