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Anthropic)이 또 한 번 판을 흔들었어요. 현지시간 6월 9일, 자사 최고 성능 모델 클로드 페이블 5(Claude Fable 5)를 일반에 공개하면서, 같은 기반의 클로드 미토스 5(Claude Mythos 5)는 극소수에게만 제한적으로 여는 ‘이원화’ 카드를 꺼냈습니다.
흥미로운 건 타이밍이에요. 불과 며칠 전 “AI가 너무 위험해지고 있다”며 속도 조절을 경고했던 회사가, 곧바로 역대 가장 강력한 공개 모델을 내놓았거든요. 무엇이 달라졌는지 하나씩 풀어볼게요.
무슨 일이 있었나
앤트로픽은 페이블 5를 “일반 공개 모델 중 가장 강력하다”고 소개했어요. 그동안 내부·한정 공개로만 돌던 ‘미토스급(Mythos-class)’ 성능을, 안전장치를 입혀 누구나 쓸 수 있게 풀었다는 게 핵심입니다.
- 페이블 5 — 안전장치를 적용한 일반 공개 버전
- 미토스 5 — 같은 모델에서 일부 안전장치를 해제한 한정판
- 둘은 사실상 동일한 기반 모델, 차이는 ‘안전 분류기’의 작동 여부
- 코딩·지식노동·비전·과학연구 등 대부분 벤치마크에서 최상위(SOTA)
Claude Fable 5·Mythos 5 공식 발표 히어로(나비로 그린 ‘5’) — 출처: Anthropic
자세히 보기 (성능·가격 풀이)
성능 지표부터 볼게요. 페이블 5는 실제 코드 수정 능력을 재는 SWE-bench Pro(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벤치마크)에서 80.3%를 기록했어요. 직전 세대 오퍼스 4.8(Opus 4.8)이 69.2%, 경쟁 모델로 거론되는 GPT-5.5가 58.6% 수준이었으니 격차가 꽤 큽니다.
화제가 된 일화도 있어요. 5,000만 줄짜리 루비(Ruby) 코드베이스 전체 마이그레이션(이관 작업)을 하루 만에 끝냈는데, 사람 팀이 손으로 하면 두 달 넘게 걸리는 분량이었다고 해요. 또 이전 클로드들이 보조 도구를 쓰고도 쩔쩔매던 포켓몬 파이어레드를, 페이블 5는 지도·힌트 없이 게임 화면 이미지만으로 완주했습니다.
가격은 입력 100만 토큰당 10달러(약 1만 4,000원), 출력 100만 토큰당 50달러(약 7만원)예요. 지난달 나온 오퍼스 4.8($5/$25)의 약 2배지만, 한정 공개였던 미토스 프리뷰와 비교하면 절반 이하 가격입니다. 구독 요금제(프로·맥스·팀·기업) 이용자는 6월 22일까지 추가 비용 없이 써볼 수 있어요.
페이블 5는 클로드 API, AWS의 클로드 플랫폼, 아마존 베드락(Amazon Bedrock), 버텍스 AI(Vertex AI), 마이크로소프트 파운드리(Microsoft Foundry)에서 바로 쓸 수 있습니다.
안전장치는 어떻게 작동하나
이번 발표의 진짜 포인트는 성능보다 ‘안전 설계’예요. 페이블 5에는 분류기(classifier)라는 별도 AI가 붙어 있어요. 사용자의 질문을 먼저 검사해서, 사이버보안·생물학·화학·모델 증류(distillation)처럼 악용 위험이 큰 주제로 판단되면, 페이블 5 대신 이전 세대인 오퍼스 4.8이 답변을 대신 처리합니다.
- 위험 질의로 분류되면 자동으로 오퍼스 4.8로 우회
- 이 안전장치는 전체 세션의 5% 미만에서만 발동
- 나머지 95% 이상에선 미토스 5와 사실상 같은 성능
- 우회된 요청은 비싼 페이블 가격으로 청구되지 않음
즉, 모델 성능 자체를 깎는 대신 ‘위험 주제만 골라 한 단계 낮은 모델로 떨어뜨리는’ 방식이에요. 탈옥(jailbreak) 시도 탐지도 이 분류기가 맡습니다.
미토스 5와 ‘프로젝트 글래스윙’
그렇다면 안전장치를 푼 미토스 5는 누가 쓸까요? 앤트로픽은 미토스 5를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사이버보안 모델이라고 표현했어요. 사이버 공격·방어 능력을 재는 익스플로잇벤치(ExploitBench)에서 78%를 기록했는데, 미토스 프리뷰(69%)·오퍼스 4.8(40%)을 크게 앞섭니다.
이 모델은 ‘프로젝트 글래스윙(Project Glasswing)’이라는 한정 프로그램으로만 열려 있어요. 미국 정부와 협력하는 사이버 방어기관·핵심 인프라 운영사 등 검증된 약 50개 파트너만 접근할 수 있고, 앞으로 미국 정부와 보조를 맞춰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배경 / 맥락 (왜 지금일까)
타이밍을 다시 짚어볼게요. 앤트로픽은 며칠 전만 해도 “AI 개발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취지의 경고로 주목받았어요. 그런데 곧장 가장 강력한 모델을 공개한 거죠.
겉보기엔 모순 같지만, 이번 발표를 보면 “성능은 끝까지 밀어붙이되, 위험 영역은 분류기로 차단한다”는 절충안에 가까워요. 능력을 숨기는 게 아니라, 능력을 열되 악용 통로만 좁히는 전략인 셈입니다.
여기에 기업공개(IPO)를 앞둔 상황도 배경으로 거론돼요. 시장에 기술 리더십을 보여주면서도, 규제·안전 이슈에 대한 대비책을 함께 제시해야 하는 시점이거든요. ‘가장 센 모델’과 ‘가장 정교한 안전장치’를 한 무대에 올린 이유로 보입니다.
이게 왜 중요할까
개발자·기업 입장에선 미토스급 성능을 합리적 가격에 정식으로 쓸 수 있게 됐다는 게 가장 큰 변화예요. 특히 대규모 코드 이관·리팩터링처럼 사람 손이 많이 가던 작업을 하루 단위로 줄일 수 있다면, 실무 생산성 체감이 클 겁니다.
동시에 이번 발표는 AI 안전을 ‘성능 제한’이 아니라 ‘선택적 우회’로 푸는 새로운 표준을 제시했어요. 앞으로 다른 AI 기업들도 비슷한 분류기·우회 구조를 따라갈지가 관전 포인트입니다. 한국 기업·개발자에게도 글로벌 모델 도입 시 ‘안전 설계’가 선택 기준에 들어오게 됐고요.
앞으로 주목할 점
- 페이블 5의 안전장치가 실제 사용에서 얼마나 ‘과차단/과허용’ 없이 작동하는지
- 미토스 5(프로젝트 글래스윙)의 파트너·접근 범위가 어디까지 확대되는지
- 6월 22일 이후 구독 요금제에서의 실제 과금·한도 정책
- GPT-5.5 등 경쟁 모델의 가격·성능 맞대응
가장 강력한 모델을 풀면서 동시에 가장 촘촘한 빗장을 건 이번 결정이, ‘AI를 어디까지 공개할 것인가’라는 업계 숙제에 어떤 답이 될지 지켜봐야겠어요. 저는 성능 수치보다 ‘5% 미만 우회’ 설계가 얼마나 매끄럽게 굴러갈지가 더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