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크림 뒷면의 SPF 50+ / PA++++. 이 숫자가 정확히 뭘 뜻하는지 알고 사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저도 “숫자 큰 게 좋겠지” 정도로 골랐어요.
그런데 이 숫자들은 사람 피부에 실제로 자외선을 쬐어 정한 값입니다. 어떻게 정하는지 알면 왜 SPF 100이 50보다 크게 좋지 않은지, 왜 SPF와 PA를 따로 봐야 하는지가 한 번에 풀립니다.
피부에 닿는 두 파장 — 출처: agy 생성
자외선은 한 종류가 아닙니다
선크림 숫자가 둘로 갈린 이유는 자외선이 둘이기 때문이에요. 파장이 다르고, 피부에서 하는 일도 다릅니다.
자외선A·B 가 닿는 깊이 — 출처: agy 생성
| 구분 | 자외선B (UVB) | 자외선A (UVA) |
|---|---|---|
| 하는 일 | 빨갛게 익는 것 (홍반·일광화상) | 깊이 들어가 노화·색소침착 |
| 막는 지표 | SPF | PA |
- 자외선B는 표피에서 대부분 걸리고 홍반을 만듭니다. 자외선A는 더 깊은 진피까지 들어가 피부를 검게 만들고 노화를 부추깁니다.
그래서 SPF만 높고 PA가 낮은 제품은 반쪽입니다. 타지는 않는데 그을리고 늙는 건 그대로 진행되거든요.
SPF는 시간이 아니라 양입니다
가장 흔한 오해가 이겁니다. “SPF 15면 15배 오래 버틴다”는 이야기요. 정의를 보면 시간 이야기가 아닙니다.
SPF = 제품 바른 피부의 최소홍반량 ÷ 안 바른 피부의 최소홍반량
여기서 최소홍반량(MED) 은 자외선B를 쬔 뒤 16~24시간 사이에 홍반이 나타나는 최소한의 자외선 양이에요. 사람 피부에 실제로 자외선을 쬐어 재는 값입니다.
즉 SPF 30은 30배의 자외선 양을 쬐어야 같은 홍반이 생긴다는 뜻이지, 30배의 시간을 보장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 시간으로 환산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해요. 자외선 양은 시각·계절·위도·구름·반사에 따라 몇 배씩 달라집니다. 정오 한 시간이 아침 세 시간보다 셀 수 있어요.
SPF는 버티는 시간이 아니라 견디는 양의 배수입니다.
50과 100의 차이가 작아 보이는 이유
정의를 알면 차단율이 저절로 나옵니다. SPF 30이면 자외선B의 30분의 1만 통과한다는 뜻이니까요.
| SPF | 차단율 | 통과량 |
|---|---|---|
| 15 | 93.3% | 6.7% |
| 30 | 96.7% | 3.3% |
| 50 | 98.0% | 2.0% |
| 100 | 99.0% | 1.0% |
차단율만 보면 98%와 99%라 차이가 1%p뿐입니다. 그래서 “50이나 100이나 똑같다”는 말이 나와요. 그런데 통과량으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SPF 별로 통과하는 자외선B — 출처: 직접 작성 (SPF 정의에 따른 계산)
통과하는 양은 정확히 절반으로 줍니다. 2%와 1%는 1%p 차이지만 동시에 두 배 차이예요. 어느 쪽이 중요한지는 상황이 정합니다 — 야외에 오래 있는 날이면 이 절반이 의미가 있고, 실내 위주라면 체감이 거의 없습니다.
- 국내에서는 SPF 50까지만 숫자로 적고, 그 위는 50+로 표시합니다. 인체시험 측정값이 50 이하면 50+로 적을 수 없어요. 100이라는 숫자를 국내 제품에서 보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PA는 완전히 다른 축입니다
PA는 SPF의 짝꿍이 아니라 다른 자외선을 다른 방법으로 잰 값입니다.
기준이 되는 건 홍반이 아니라 흑화예요. 자외선A를 쬔 뒤 2~4시간 안에 희미하게 검어지는 최소 조사량을 재고, 그 비율로 자외선A 차단지수(PFA)를 구합니다. 그 지수를 구간으로 묶은 게 PA 등급이고요.
PA 등급별 자외선A 차단지수 — 출처: 직접 작성 (식약처 기준)
| 등급 | 자외선A 차단지수 |
|---|---|
| PA+ | 2 이상 4 미만 |
| PA++ | 4 이상 8 미만 |
| PA+++ | 8 이상 16 미만 |
| PA++++ | 16 이상 |
+ 하나가 늘 때마다 기준이 두 배로 뛰는 구조입니다. PA++와 PA++++ 사이에는 네 배의 간격이 있어요.
최고 등급인 PA++++는 2016년에 새로 생겼습니다. 그 전에는 PA+++가 천장이라 그 위쪽이 뭉뚱그려져 있었어요.
그 숫자는 어떤 조건에서 나온 값인가
여기까지 오면 마지막 질문이 남습니다. 이 숫자들은 어떤 조건에서 나온 걸까요.
시험에서는 피부 1cm²에 2mg을 바릅니다. 얼굴 전체로 치면 한 번에 상당한 양이에요. 표시된 SPF는 그만큼 발랐을 때의 값이고, 실제로 그렇게 바르는 사람은 드뭅니다. 이 격차 이야기는 3탄에서 다룹니다.
국내 표시 제도의 변화 — 출처: 직접 작성 (식약처 고시 개정 내용 기반)
기준 자체도 계속 손질됩니다. 2026년 3월 개정에서는 근거자료로 인정하는 ISO 시험법이 추가됐고, 자외선 차단 효과 평가시간이 2~4시간에서 2~24시간으로 넓어졌습니다. 유럽·일본 기준과 맞추는 방향이에요.
- 국내에서 파는 자외선차단제는 기능성화장품이라 식약처 심사를 거칩니다. 표시된 숫자가 임의로 붙인 값이 아니라는 뜻이고, 반대로 심사받지 않은 제품의 숫자는 근거가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숫자를 믿으려면 그 숫자가 어떤 시험에서 나왔는지를 먼저 봐야 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성분을 봅니다. 유기·무기 자외선차단제가 실제로 무엇이 다른지, 그리고 왜 나라마다 쓸 수 있는 성분이 다른지 — 미국에서 20여 년 만에 새 성분이 승인된 이야기까지 이어집니다.
참고 출처
- [식품의약품안전처] 기능성화장품 심사에 관한 규정 (SPF·PA 정의와 측정 기준) https://www.law.go.kr/행정규칙/기능성화장품 심사에 관한 규정
- [대한화장품협회] 소비자를 위한 화장품 상식 — 자외선차단제 (SPF 차단율·50+ 표시)
- [식품의약품안전처] 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 개정 (2026년 3월 — ISO 시험법·평가시간)
- 본문의 차단율·통과량은 SPF 정의(1 ÷ SPF)로 계산한 값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