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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실 0% · 지연 5ms 대 — 이 구간은 비와 무관하게 멀쩡하다
  # 여기서 손실이 뜨면 집 밖 설비를, 안 뜨면 서버 쪽을 의심한다 hashtags: ["인터넷속도", "와이파이", "WiFi", "강우감쇠", "RainFade", "네트워크", "통신", "전파", "주파수", "위성인터넷", "스타링크", "Starlink", "5G", "밀리미터파", "mmWave", "광랜", "광케이블", "ITU", "ITUR", "인터넷느림", "속도측정", "핑", "ping", "패킷손실", "장마", "태풍", "생활정보", "IT상식", "네트워크기초", "IT일반"] ---

비 오는 날 영상이 자꾸 끊긴 적 있으실 거예요. 검색해 보면 답이 갈립니다. “비 오면 원래 느려져요”“그건 미신입니다” 가 나란히 나와요.

둘 다 반은 맞습니다. 빗방울이 전파를 약하게 만드는 건 물리적으로 확실한 사실이고, 동시에 집 안 Wi-Fi가 비 때문에 느려질 일은 사실상 없거든요. 갈라 주는 기준은 하나 — 주파수입니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이 감쇠를 계산하는 공식을 권고로 정해 뒀습니다. 그 공식에 국내 호우 기준을 넣어 직접 계산해 봤어요.

빗속을 지나는 전파 개념 빗속을 지나는 전파 개념 — 출처: agy 생성

빗방울이 전파를 먹는다

전파가 비를 지나면 빗방울에 부딪혀 흩어지고(산란) 흡수됩니다. 이걸 강우감쇠(rain attenuation) 라고 해요. ITU 권고 P.838 은 이 감쇠량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1km당 감쇠량(dB) = k × 강우강도(mm/h)의 α 제곱

k와 α는 주파수마다 정해진 계수예요. 권고문에 1GHz부터 1,000GHz까지의 값이 표로 실려 있습니다. 원리는 빗방울 크기에 있어요. 빗방울 지름은 대략 0.5~5mm 인데, 전파의 파장이 이 크기에 가까워질수록 부딪힐 확률이 커집니다. 주파수가 높을수록 파장이 짧아지니 더 많이 깎여요.

계산에 넣을 비의 세기는 국내 기준을 썼습니다. 기상청은 1시간 50mm 이상이면서 3시간 90mm 이상, 또는 1시간에 72mm 이상을 극한호우로 분류합니다. 시간당 50mm는 그 문턱값이에요.

주파수별로 1km 에서 줄어드는 신호 주파수별로 1km 에서 줄어드는 신호 — 출처: 직접 작성 (ITU-R P.838-3 계수로 계산)

같은 비인데 2GHz는 0.005dB, 40GHz는 13.18dB 입니다. 2,400배 차이예요.

비가 굵어질 때도 모든 대역이 똑같이 나빠지지 않습니다.

비가 굵어질 때 주파수별로 벌어지는 격차 비가 굵어질 때 주파수별로 벌어지는 격차 — 출처: 직접 작성 (ITU-R P.838-3 계수로 계산)

가랑비(5mm/h)에서는 40GHz도 1.8dB로 견딜 만합니다. 그런데 호우(100mm/h)로 가면 24dB까지 뛰어요. 반면 6GHz는 같은 호우에서도 1dB 남짓입니다. 비가 굵어질수록 높은 대역만 가파르게 무너집니다.

dB를 읽을 줄 알면 감이 옵니다

dB는 로그 단위라 숫자 크기가 직관과 다르게 움직여요. 이 표만 외우면 위 수치가 바로 읽힙니다.

감쇠량 남는 신호
3 dB 절반
10 dB 10분의 1
20 dB 100분의 1

그러면 40GHz의 13.18dB는 1km만 지나도 신호가 20분의 1로 준다는 뜻이 됩니다. 2GHz의 0.005dB는 사실상 손실이 없는 것과 같고요.

여기서 중요한 게 하나 더 있어요. dB/km는 1km당 값이라 빗줄기를 오래 지날수록 그대로 쌓입니다.

빗줄기를 지나는 거리에 따른 누적 빗줄기를 지나는 거리에 따른 누적 — 출처: 직접 작성 (ITU-R P.838-3 계수로 계산)

위성 신호가 비구름을 4km 가로지르면 22.89dB, 신호가 195분의 1로 줄어듭니다. 지상 회선이 수백 m 안에서 끝나는 것과 달리, 하늘로 쏘는 링크는 이 누적을 피할 수 없어요.

  • 그래서 위성·고정무선 사업자는 링크 예산에 강우 여유분(fade margin) 을 미리 넣어 둡니다. 평소에 신호를 넉넉하게 보내 두고, 비 올 때 그 여유분으로 버티는 방식이에요.

빗방울은 동그랗지 않습니다

같은 주파수·같은 비인데도 감쇠가 갈리는 축이 하나 더 있습니다. 편파(polarization) — 전파가 진동하는 방향이에요.

수평편파와 수직편파의 차이 수평편파와 수직편파의 차이 — 출처: 직접 작성 (ITU-R P.838-3 계수로 계산)

모든 대역에서 수평편파가 더 많이 깎입니다. 6GHz에서는 1.55배, 20GHz에서는 1.26배 차이예요.

이유는 빗방울 모양에 있습니다. 떨어지는 빗방울은 공기 저항 때문에 위아래로 눌린 납작한 형태가 돼요. 그래서 가로로 진동하는 전파가 더 넓은 단면을 만나 더 많이 부딪힙니다.

  • 위성 통신이 원편파(circular polarization)를 즐겨 쓰는 데는 이런 사정도 있습니다. 안테나 각도에 덜 민감하면서 두 방향의 성질을 섞어 갖거든요.

같은 비를 맞아도 전파가 어느 방향으로 흔들리느냐에 따라 손해가 달라집니다.

그런데 집 안 Wi-Fi는 해당이 없습니다

여기서 통념이 갈립니다. 집에서 쓰는 Wi-Fi는 2.4GHz와 5~6GHz 대역이에요. 앞 계산에서 가장 덜 깎이는 쪽입니다.

숫자로 보면 이렇습니다. 시간당 100mm 호우에서 2GHz 대역의 감쇠는 0.0115dB/km예요. 공유기와 노트북 사이가 10m라고 치면 그 구간에서 깎이는 양은 0.0001dB입니다. 측정 장비로도 잡기 어려운 수준이에요.

  • 애초에 비는 실내로 들어오지 않습니다. 신호가 빗속을 지나지 않는데 감쇠가 생길 리 없어요.
구간 비의 영향
공유기 ↔ 내 기기 (실내) 사실상 없음
아파트 통신실 ↔ 우리 집 (광케이블) 없음 — 빛이 유리 안으로만 다닌다
기지국 ↔ 스마트폰 (3.5GHz) 미미 — 1km 지나도 0.2dB 안팎
위성 안테나 ↔ 위성 큼 — 12~20GHz 대역

그럼 비 오는 날 실제로 느려졌던 건 뭐였을까요. 원인은 대개 집 밖에 있습니다.

진짜 젖는 구간은 따로 있다

회선 종류별로 젖는 자리 회선 종류별로 젖는 자리 — 출처: agy 생성

첫째, 하늘을 지나는 회선

위성 인터넷이 대표적입니다. Ku 대역(12GHz)과 Ka 대역(20GHz)을 쓰는데, 신호가 대기를 수 km 가로지르기 때문에 앞의 누적이 그대로 걸려요.

다만 요즘 위성 링크는 비가 온다고 곧장 끊지 않습니다. 신호가 나빠지면 변조 방식을 낮춰 데이터를 더 튼튼하게 실어 보내거든요. 대신 같은 시간에 실어 나르는 양이 줄어요.

  • 사용자 눈에는 끊김이 아니라 속도 저하로 나타나는 이유가 이겁니다.

5G 밀리미터파(28GHz)도 같은 이유로 비에 약합니다. 국내에서 28GHz 망이 자리 잡지 못한 데는 여러 사정이 있었지만, 도달 거리와 감쇠 문제가 그중 하나였어요.

둘째, 물이 닿는 구리

광케이블은 유리 안으로 빛을 보내니 비와 무관합니다. 문제는 구리선이에요. 전화선을 쓰는 구간, 아파트 단자함, 지하 맨홀, 옥외 접속함에 물이 들어가면 신호 품질이 실제로 떨어집니다. 오래된 건물일수록, 태풍처럼 물이 들이치는 날일수록 이쪽이 원인일 확률이 높아요.

광케이블도 완전히 무적은 아닙니다. 케이블 자체가 아니라 접속함과 커넥터가 젖으면 문제가 생겨요. 빛이 지나는 길이 아니라 그 길을 잇는 이음매가 약한 자리입니다.

셋째, 사람이 실내로 몰린다

비가 오면 나가지 않습니다. 같은 시간대에 같은 지역에서 영상을 보는 사람이 늘어요. 전파가 깎인 게 아니라 길이 붐빈 것이고, 이건 날씨가 아니라 트래픽 문제입니다.

이 셋은 증상이 다릅니다. 위성은 비가 굵어질 때만 정확히 느려지고, 침수는 비가 그친 뒤에도 한동안 남으며, 혼잡은 저녁 시간대에 몰립니다.

느려졌을 때 확인하는 순서

원인을 짐작하기 전에 어디가 문제인지부터 가릅니다.

느려졌을 때 확인하는 법 느려졌을 때 확인하는 법 — 출처: 직접 실행

패킷 손실이 있는지가 첫 갈림길이에요. 손실이 0%인데 체감만 느리다면 회선이 아니라 서버나 혼잡 쪽입니다. 손실이 뜬다면 그다음은 내 집 안인지 밖인지를 가릅니다.

확인 결과가 뜻하는 것
유선으로 바꿔 본다 유선이 멀쩡하면 Wi-Fi 문제 — 비와 무관
공유기를 재부팅한다 좋아지면 장비 문제
손실이 계속된다 집 밖 설비 — 통신사에 접수

기록을 남겨 두면 더 좋습니다. 비 올 때와 안 올 때의 손실률·지연을 각각 재 두면, 통신사에 접수할 때 “비 오면 느려져요”보다 훨씬 잘 통해요.

  • 위성 인터넷을 쓰고 있다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폭우 때 느려지는 건 정상 동작이라 기다리는 게 답이에요. 안테나 각도나 착빙·낙엽 같은 물리적 방해물만 확인하면 됩니다.

국내에서도 위성 인터넷을 쓸 수 있게 되면서 이 이야기가 남 일이 아니게 됐습니다. 산간·도서 지역이나 캠핑처럼 지상망이 닿지 않는 곳에서 쓰는 회선이라면, 비 예보를 회선 상태 예보로 읽어도 됩니다.

비가 인터넷을 느리게 만드느냐는 질문의 답은 어느 주파수를 쓰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참고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