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탄에서는 아틀라스가 뭔지, 2탄에서는 조지아 공장에 어떻게 들어가는지를 봤어요.

그런데 그 사이에 상황이 한 단계 더 넘어갔습니다. 계획이 아니라 라인이 실제로 돌기 시작하거든요.

테슬라는 프리몬트 공장의 모델 S·X 생산을 접고 그 자리를 옵티머스로 채웠고, 그 설비가 이달 말 가동될 전망이에요. 현대차그룹은 8월에 조지아 로봇 메타플랜트 응용센터(RMAC)를 엽니다. 몇 주 사이에 두 회사가 나란히 양산 단계로 넘어가는 거예요.

이번엔 양산이 실제로 시작되는 지점과, 그 승부를 가를 부품 이야기를 해볼게요. 결론부터 말하면 휴머노이드 경쟁은 로봇을 얼마나 잘 만드느냐보다 관절을 얼마나 싸게 많이 구하느냐의 싸움에 가깝습니다.

두 회사가 몇 주 차이로 양산에 들어갑니다

현장에서 작업 중인 신형 전기 아틀라스 현장에서 작업 중인 신형 전기 아틀라스 — 출처: Boston Dynamics

구분 테슬라 옵티머스 현대차그룹 아틀라스
양산 시점 생산 설비 이달 말 가동 전망 8월 RMAC 개소
생산 거점 프리몬트 공장 (모델 S·X 라인 전환) 조지아 로봇 메타플랜트 응용센터
초기 규모 5~10만 대 추정 2028년까지 연 3만 대 체제
장기 목표 라인 기준 연 최대 100만 대 규모 2029년 15만 대 생산 목표
주 용도 테슬라 자체 공장 내부 수요 7~8만 대 현대·기아 공장 투입

테슬라는 잘 팔리던 차 라인을 없앴어요

이 대목이 상징적이에요. 프리몬트의 모델 S·X는 테슬라의 상징 같은 모델이었는데, 그 라인을 단종하고 옵티머스 1세대 생산라인으로 갈아엎었습니다.

자동차 라인을 로봇 라인으로 바꾼다는 건 되돌리기 어려운 결정이에요. 그만큼 확신을 걸었다는 뜻이고요.

현대는 차 만들던 방식을 그대로 씁니다

2탄에서 조지아 메타플랜트 이야기를 했었죠. 그 옆에 로봇 전용 센터(RMAC)를 붙이는 구조예요. 자동차 양산 노하우가 있는 자리에 로봇 라인을 얹는 겁니다.

접근이 다르지만 목적지는 같아요. 둘 다 한 대씩 만드는 로봇이 아니라 찍어내는 로봇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자동차 라인을 갈아엎었고, 현대는 자동차 라인 옆에 붙였습니다.”

옵티머스 V3는 뭐가 달라졌나

옵티머스 2세대와 3세대의 전신 관절 수 비교 옵티머스 2세대와 3세대의 전신 관절 수 비교 — 출처: 직접 작성

Tesla 로고 Tesla 로고 — 출처: Tesla

공개된 3세대(V3) 사양을 정리하면 이래요.

항목 내용
전신 관절 수 28개 → 37개 (9개 증가)
손 자유도 22 자유도 — 밀리미터 이하 조작 정밀도
손 액추에이터 50개 — 2세대 대비 약 4.5배
보행 속도 초당 1.2m (시속 약 4.3km)
경사 대응 15도 경사면에서 균형 유지
자재비 소량 생산 기준 대당 약 4만 3천 달러 (약 6,000만원)

손에 힘을 몰아줬어요

눈에 띄는 건 손입니다. 자유도 22개에 액추에이터 50개. 2세대의 4.5배예요.

1탄에서 아틀라스의 관절 이야기를 했었는데, 휴머노이드에서 손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 있어요. 걷는 건 이미 어느 정도 풀린 문제인데, 사람이 쓰던 도구와 부품을 그대로 집어 드는 일은 아직 어렵거든요. 공장에 투입하려면 이게 돼야 합니다.

그런데 이 스펙이 비용 문제로 이어집니다

관절이 28개에서 37개로 늘고 손 액추에이터가 50개가 됐다는 건, 그만큼 부품이 더 들어간다는 뜻이에요. 성능을 올릴수록 원가가 올라가는 구조인데, 양산에서는 이게 곧바로 걸림돌이 됩니다.

여기서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요.

승부처는 로봇이 아니라 관절입니다

휴머노이드 1대 제조 원가에서 액추에이터가 차지하는 비중 휴머노이드 1대 제조 원가에서 액추에이터가 차지하는 비중 — 출처: 직접 작성

액추에이터가 원가의 30~50%

휴머노이드 한 대 만드는 값의 3분의 1에서 절반이 액추에이터에 들어갑니다.

액추에이터(actuator) 는 관절을 움직이는 구동 장치예요. 크게 세 부분으로 이뤄집니다.

구성 역할
모터 힘을 만든다
감속기 빠른 회전을 느리고 힘센 회전으로 바꾼다
제어기 얼마나 어떻게 움직일지 계산한다

감속기가 특히 중요해요. 모터는 빠르게 도는 건 잘하는데 무거운 걸 천천히 정확하게 미는 건 못합니다. 감속기가 그 회전을 줄여서 힘으로 바꿔주는데, 로봇 관절에는 작고 정밀하면서 힘이 센 감속기가 필요해요. 만들기가 아주 까다롭습니다.

만들 수 있는 회사가 전 세계 10곳도 안 됩니다

이게 핵심입니다. 하모닉 감속기, 고토크 액추에이터, 힘·촉각 센서를 공급할 수 있는 회사가 전 세계 10곳 미만이에요.

로봇을 100만 대 만들겠다고 선언해도, 관절을 100만 대분 구할 수 없으면 못 만듭니다. 휴머노이드 경쟁이 설계 경쟁이 아니라 공급망 경쟁이라고 불리는 이유예요.

로봇을 100만 대 만들겠다는 계획보다, 관절을 100만 대분 구할 수 있느냐가 먼저입니다.

부품 1만 개, 그리고 한국

휴머노이드 한 대에 들어가는 부품이 여러 공급사에서 모이는 개념도 휴머노이드 한 대에 들어가는 부품이 여러 공급사에서 모이는 개념도 — 출처: 개념 컷 자가 생성

현대차그룹 로고 현대차그룹 로고 — 출처: Hyundai Motor Group

휴머노이드 한 대 = 부품 5,000~10,000개

자동차 한 대에 부품이 2~3만 개 들어간다고 하죠. 휴머노이드는 5,000~10,000개 수준입니다. 자동차보다는 적지만, 정밀도 요구는 훨씬 높아요.

여기서 한국이 유리한 지점이 나옵니다

흥미로운 수치가 있어요. 자동차 부품과 로봇 부품의 공정·기술이 약 70% 겹칩니다.

액추에이터를 이루는 모터·감속기·제어기가 자동차 전동화 부품 기술과 사실상 같은 계열이거든요. 전기차를 만들던 회사가 로봇 관절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이에요.

그래서 보스턴 다이내믹스 실무진이 올해 상반기에만 한국 부품사를 두 차례 이상 방문했고, 하반기에 부품사를 확정해 생산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 나왔습니다.

어떤 분야가 참여하나

보도로 확인된 참여 분야와 기업입니다.

분야 참여 기업
액추에이터 현대모비스, HL만도, 삼현
외장재 성우하이텍, 서연이화
센서(라이다) 에스오에스랩
램프 에스엘
경량화 소재 화신정공

감속기 쪽에서는 하모닉·사이클로이드·유성 3종을 모두 양산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춘 국내 기업이 옵티머스 공급망 진입을 위해 샘플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는 이야기도 나왔어요.

(주: 위 기업 목록은 언론 보도로 확인된 참여·검토 현황이고, 최종 공급 계약 여부와는 다릅니다. 이 글은 산업 구조를 설명하는 것이지 특정 종목을 권하는 글이 아니에요.)

그래서 뭘 지켜보면 되나

1. 양산 속도가 계획을 따라가는지

로봇 업계에서 발표한 일정이 미뤄지는 건 흔한 일이에요. 2탄에서 본 2028→2030 로드맵도 그랬고요. 이달 말과 8월에 실제로 라인이 도는지가 첫 확인 지점입니다.

2. 관절값이 내려가는지

지금 옵티머스 자재비가 대당 약 4만 3천 달러인데, 이건 소량 생산 기준이에요. 양산으로 넘어가면 내려가야 정상인데, 얼마나 빨리 내려가느냐가 보급 속도를 결정합니다. 액추에이터가 원가의 절반 가까이니 결국 관절값 이야기예요.

3. 공급망이 누구에게 열리는지

만들 수 있는 회사가 10곳 미만인 부품을, 완성품 업체들이 서로 확보하려고 경쟁하는 구조예요. 한국 부품사들이 여기 얼마나 들어가는지가 앞으로 몇 년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정리

휴머노이드는 이제 만들 수 있느냐가 아니라, 몇 대나 만들 수 있느냐의 문제로 넘어왔어요.

테슬라는 프리몬트의 자동차 라인을 로봇 라인으로 전환했고, 설비가 이달 말 가동될 전망

현대차그룹은 8월 RMAC 개소로 조지아에서 양산 체제에 들어감

옵티머스 V3는 관절 28 → 37개, 손 자유도 22·액추에이터 50개로 정밀 작업을 겨냥

그런데 원가의 30~50%가 액추에이터 — 모터·감속기·제어기

그 부품을 만들 수 있는 회사는 전 세계 10곳 미만

자동차 부품과 70% 겹치는 기술이라 한국 부품사에 기회가 열림

1탄에서 아틀라스의 관절 56개를 세어봤을 때만 해도 스펙 이야기였는데, 이제 그 관절 하나하나가 몇 개를 얼마에 구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됐네요. 로봇이 전시장을 나와 공장으로 들어간다는 게 이런 뜻인 것 같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참고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