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humanoid)가 어디로 먼저 들어올지 물으면 대개 공장이라고 답합니다. 무거운 걸 들고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일이 로봇에 맞으니까요.
이번 달 중국에서 나온 답은 자동차 매장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매장을 왜 골랐는지가, 로봇 사양보다 더 많은 걸 말해 줍니다.
사람들 사이에 서 있는 휴머노이드 개념 컷 — 출처: 개념 컷 · agy 자가 생성
손님이 줄어든 매장입니다
샤오디가 설 자리가 이런 공간입니다. 차 몇 대와 상담 테이블, 그리고 들어오는 손님. 로봇이 하루 종일 서서 응대할 곳이에요.
BYD의 2026년 상반기 판매는 180만 대로 전년 대비 16% 줄었습니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6년 만의 첫 감소예요.
BYD 상반기 판매의 내수·수출 갈림 — 출처: BYD 판매 실적 및 보도 종합 기반 자가 렌더
전체 숫자보다 안쪽이 더 심각합니다. 중국 내수가 101만 6,255대로 39.6% 빠졌습니다. 줄어든 66만여 대 중 절반 정도를 수출 79만 2,256대(70.7% 증가)가 상쇄했고요. 수출이 전체의 43.8%까지 올라온 건 해외가 좋아진 만큼이나 내수가 내려앉아 비중이 커진 결과입니다.
원인은 하나가 아닙니다.
- 전기차 구매 세제 혜택이 2026~2027년분부터 절반으로 깎여 차량당 최대 293만원(1만 5,000위안) 이 됐습니다
- 중국 내 가격 경쟁이 격해지면서 마진이 남지 않는 구간까지 내려갔습니다
- 경쟁 브랜드가 늘어 같은 가격대에서 고를 수 있는 차가 훨씬 많아졌습니다
그래도 BYD는 6월 중국 신에너지차 소매 점유율 22.3%로 여전히 1위입니다. 1위인데 손님이 줄고 있는 상황이라, 매장으로 사람을 다시 불러들일 이유가 생긴 거예요.
국내 BYD 전시장은 35곳입니다
BYD코리아는 2026년 기준 전시장 35곳과 서비스센터 21곳을 운영합니다. 2025년 1월 승용 브랜드를 낼 때 15곳·11곳이었으니 1년 반 만에 두 배가 넘었어요. 2026년 6월에는 진출 1년여 만에 KGM과 르노코리아의 판매량을 넘어섰습니다.
다만 국내 사정도 순탄하지는 않습니다. 2026년 6월 30일 전기차 보조금 사업자 평가에서 승용 전기차 중 유일하게 탈락해 7월 1일부터 보조금이 끊겼고, BYD가 8월까지 같은 금액을 자체 부담해 실구매가를 맞춰 왔습니다.
샤오디가 하는 일, 그리고 보는 것
BYD가 8월 초 정저우의 자사 체험관 디 스페이스(Di Space) 에서 첫 휴머노이드를 공개했습니다. 이름은 샤오디(Xiao Di) 예요. 콘셉트 모형이 아니라 실제로 움직이는 시제품이고, BYD가 작동하는 실물을 공식 석상에 올린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보도로 알려진 사양은 이렇습니다.
| 항목 | 값 |
|---|---|
| 키 | 1.61 m |
| 무게 | 58.5 kg |
| 자유도 | 31 |
| 손 파지 무게 | 최대 1 kg |
| 손 위치 정밀도 | ± 1 mm |
샤오디의 자유도 31개 배분 — 출처: 중국 매체 보도 인용 수치 기반 자가 렌더
자유도(DoF, Degrees of Freedom)는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관절 축의 수입니다. 31개 중 양손에만 14개가 몰려 있고 다리에 12개, 허리 3개, 목 2개가 붙었어요. 손짓으로 설명하고 악수하는 쪽에 무게가 실린 배분입니다. 목에 둘이 붙은 것도 사람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동작을 염두에 둔 것으로 읽힙니다.
말하는 능력도 접객에 맞춰져 있습니다. 중국 방언 6종과 외국어 6종을 실시간으로 통역합니다.
출력보다 입력 쪽 목록이 더 깁니다.
- 얼굴 인식 — 방문객을 개별적으로 식별합니다
- 제스처 인식 — 손동작을 읽습니다
- 입모양 읽기 — 소리가 아니라 입술 움직임으로 말을 알아냅니다
시끄러운 전시장에서 손님 말을 알아들으려면 필요한 기능들이에요. 동시에 매장에 들어온 사람의 얼굴·동작·입술을 쉬지 않고 처리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부회장 Stella Li 는 단기 목표를 매장 내 판매 지원으로 잡고 매장마다 두세 대씩 두겠다고 했습니다. 정저우를 시작으로 선전·상하이 체험관으로 넓히고, 매장 배치까지는 1~2년을 봅니다. 국내 전시장 35곳에 같은 기준을 대면 산술적으로 70~105대가 되지만, BYD가 한국 배치를 언급한 적은 없습니다.
- BYD가 공개하지 않은 것도 분명합니다 — 가격, 양산 일정, 유료 배치 계약 현황은 전부 미공개이고 정식 기술 사양서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위의 숫자들은 중국 매체 보도를 통해 나온 것입니다
손님 맞는 로봇과 일하는 로봇은 다른 물건입니다
접객 공간과 작업 공간으로 갈리는 두 진입로 개념 컷 — 출처: 개념 컷 · agy 자가 생성
같은 휴머노이드라도 어디에 세우느냐에 따라 요구가 갈립니다.
| 전시장·접객 | 공장·생산 | |
|---|---|---|
| 옆에 있는 사람 | 불특정 방문객 | 훈련받은 작업자 |
| 안전 설계 | 펜스 없이 같은 공간 | 구역 분리·정지 장치 |
| 핵심 능력 | 말 걸기·설명·외형 | 정밀·반복·내구 |
| 실패했을 때 | 어색한 응대 | 라인 정지·불량 |
샤오디의 손 사양이 이 구분을 그대로 보여 줍니다. 파지 무게 1kg에 위치 정밀도 ±1mm — 팸플릿을 건네고 문을 여닫는 데는 충분하지만, 자동차 조립 라인에서 부품을 집어 체결하는 작업에는 한참 모자랍니다. 애초에 그 일을 하라고 만든 물건이 아니에요.
대신 접객 쪽에는 공장에 없는 부담이 있습니다. 안전 펜스가 없어서 아이가 다가와 손을 잡을 수 있는 환경이고, 그 상태로 하루 종일 서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전시장이 첫 자리로 합리적입니다. 정밀도 요구가 낮은 자리에서 하드웨어를 굴려 보면서 사람들이 로봇에 익숙해질 시간을 벌고, 팔러 온 차 옆에 서 있는 것 자체가 매장 방문 이유가 됩니다. 판매가 39.6% 빠진 회사에는 그 효과만으로도 값이 나옵니다.
XPeng도 같은 길입니다. 차세대 휴머노이드 IRON 을 2026년 말까지 월 1,000대 이상 생산하고, 2027년 1분기부터 중국 매장에 판매 보조로 투입한 뒤 해외 매장으로 넓힌다는 계획이에요. 광저우 양산 공장은 2026년 1분기에 착공했고, 칩·운영체제·관절·손까지 자체 개발합니다. 손 하나에만 자유도 22개가 들어갑니다.
현대차는 반대편에서 올라옵니다
현대차 로고 — 출처: Hyundai Motor Group
같은 시기 현대차그룹은 공장 쪽 문을 열고 있습니다. 미국 조지아 메타플랜트 안에 로봇 메타플랜트 응용센터(RMAC, Robot Metaplant Application Center) 를 3·4분기 중 가동합니다.
여기서 하는 일이 곧바로 생산이 아니라 학습이라는 점이 중요해요. 아틀라스에 1만 시간 분량의 작업 데이터를 학습시키는 게 목표고, 조종·감독·정비를 아우르는 4개 직급의 운영 조직도 함께 꾸려집니다. 실제 생산 투입은 2028년, 미국 로봇 생산법인에서 연 3만 대 양산 체계를 갖추는 시점부터입니다.
휴머노이드가 현장에 들어오는 시점 — 출처: BYD·XPeng·현대차그룹 발표 및 보도 종합 기반 자가 렌더
정리하면 노리는 것이 다릅니다. 중국 두 회사는 정밀도가 덜 필요한 자리에 먼저 세워 대수를 늘리는 길을, 현대차는 어려운 자리를 목표로 데이터를 쌓는 길을 갔습니다. 하나는 매장 방문객을 늘리는 일이고 하나는 사람이 하던 조립 작업을 넘겨받는 일이에요.
국내 부품 쪽은 또 다른 위치에 있습니다. LG전자는 CES 2026에서 공개한 액추에이터(actuator) 브랜드 악시움(AXIUM) 의 양산 체계를 연내 갖추고, 내년부터 글로벌 로봇 제조사에 B2B 부품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7월 K디스플레이 2026에서 휴머노이드용 6.9형 디스플레이를 내놨고요. 완성 로봇으로 겨루는 대신 관절 구동계와 표시장치를 납품하는 자리입니다.
미국이 문을 닫은 이유가 바로 그 기능입니다
세계 휴머노이드 시장의 중국 비중 — 출처: FCC 규제 관련 보도 인용 추정치 기반 자가 렌더
미국 FCC가 7월 28일 외국산 첨단 로봇과 전력 인버터를 수입 금지 목록(커버드 리스트)에 올렸습니다. 휴머노이드와 사족보행 로봇처럼 이동하는 로봇, 그리고 재생에너지·배터리를 전력망과 데이터센터에 잇는 인버터가 대상이에요. 로봇청소기도 포함됐습니다.
즉시 발효됐지만 적용 범위는 한정적입니다. 미국 내 판매 승인을 아직 받지 않은 신규 모델에만 걸립니다. 이미 승인된 제품은 계속 팔 수 있어요.
FCC가 든 사유를 그대로 옮기면, 이 로봇들이 미국인을 감시하거나 외국 정보기관의 역량을 키우거나 로봇을 원격으로 탈취하는 데 쓰일 수 있는 데이터를 수집한다는 것입니다. 원격 연결 기능이 데이터 탈취·감시·전력망 차단에 악용될 수 있다는 논리도 함께 붙었습니다.
앞에서 본 샤오디의 입력 목록을 다시 보면 이 우려가 어디를 겨냥하는지 분명해집니다. 얼굴 인식, 제스처 인식, 입모양 읽기 — 접객을 잘하려고 넣은 기능들이 그대로 감시 기능의 사양서가 됩니다. 기능이 나빠서가 아니라, 같은 기능이 누구 손에 있느냐가 논점인 거예요.
접객 성능을 올리는 기능과 감시 우려를 키우는 기능이 같은 항목입니다
규모로 보면 이 조치가 시장의 대부분을 건드립니다. 중국이 세계 휴머노이드 시장의 약 85%를 쥔 것으로 추산되고, Nvidia 기술을 쓴 로봇을 만들어 온 Unitree 같은 기업이 직접 영향권입니다. 중국 정부는 보호무역이라고 반발했습니다.
국내 로봇 기업에는 어떤 영향인가
국내 주요 로봇 기업의 주력은 고정형 산업용 로봇과 협동로봇인데, 둘 다 이번 금지 목록에서 빠졌습니다. 단기 직접 타격은 제한적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에요. 오히려 중국산 첨단 로봇의 미국 진출이 막히면서 국내 부품사와 협동로봇 기업이 중장기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 구도에서 현대차는 처음부터 미국 공장에 투입할 로봇을 미국에서 학습시키는 구조라 제약과 무관하고, BYD는 매장 배치로 대수를 늘려도 그 무대에서 미국이 빠집니다. 기술 경쟁으로만 보이던 판에 어디서 만들었는지가 변수로 들어왔어요. 반도체에서 이미 지나온 순서입니다.
앞으로 볼 것
- BYD가 공식 사양과 가격을 내놓는지 — 지금 도는 숫자는 전부 보도 기준입니다
- 매장당 두세 대라는 목표가 실제 설치 대수로 이어지는지. 체험관 시연과 전 매장 배치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 접객 로봇이 수집하는 얼굴·음성 데이터를 각국이 어떻게 다루는지. 중국 밖 매장에 서는 순간 현지 개인정보 규제가 걸립니다
- XPeng의 월 1,000대 생산이 2026년 말 일정을 지키는지
- RMAC의 1만 시간 학습이 2028년 양산 일정으로 이어지는지
국내에서는 이미 배달 로봇이 아파트 안까지 들어와 있습니다. 휴머노이드가 매장에 서는 것도 먼 이야기는 아닐 수 있어요. 다만 지금 나온 건 체험관 한 곳에 선 시제품 한 대이고, 그 뒤에는 판매가 39.6% 빠진 회사의 사정이 있습니다.
참고 출처
- [Interesting Engineering] BYD’s new humanoid robot with 31 Degree of Freedom enters showrooms — 사양·자유도 배분·인식 기능·배치 도시 (2026-08)
- [KrASIA] BYD’s humanoid robot to begin work at D Space facility in August — 시제품 지위·Stella Li 발언·미공개 항목
- [TNW] BYD’s answer to its car-sales slump: a humanoid robot in every showroom — 판매 부진과 로봇 투입의 연결
- [Nikkei Asia] BYD’s first-half sales fall 16% on China’s EV subsidy changes — 상반기 총 판매·감소율·세제 혜택 축소
- [EqualOcean] BYD’s Overseas Sales Reach 43% of Total Deliveries — 수출 79만 2,256대·비중 43.8%
- [Gasgoo] XPENG unveils next-generation humanoid robot IRON, to begin mass production by end of 2026 — 월 1,000대·2027년 매장 배치·손 자유도 22
- [Al Jazeera] US bans imports of new Chinese robots over security concerns — FCC 조치 범위·사유·중국 반응 (2026-07-29)
- [머니투데이] 미국, 외국산 로봇·인버터 수입 금지 발표 — 커버드 리스트 품목·규제 명분 (2026-07-29)
- [글로벌이코노믹] 미국 FCC, 외국산 로봇 수입 금지 — 국내 로봇 생태계 영향 분석 (2026-08-05)
- [파이낸셜뉴스] 현대차 아틀라스 공장 투입 전 1만시간 데이터 학습한다 — RMAC 개소 시점·운영 조직·2028년 양산 (2026-08-17)
- [CEO스코어데일리] BYD코리아, 최단 1만대 넘었지만…하반기 성장세 시험대 — 국내 전시장·서비스센터 수·보조금 탈락 (2026-06-19)
- 샤오디의 키·무게·자유도·손 사양은 중국 매체 보도를 인용한 수치이며 BYD 공식 사양 발표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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