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회사가 데이터센터를 빌려 쓰려면 돈이 듭니다. 그런데 그 돈을 인프라를 파는 쪽이 대신 보증해 주는 거래가 늘고 있어요.

구글이 앤트로픽을 위해 그렇게 했습니다. 자선처럼 보이지만 아닙니다 — 구글은 그 대가로 지분 20%를 챙겼습니다.

Google 로고 Google 로고 — 출처: Google

무슨 거래인가

돈이 한 바퀴 돌아 제자리로 오는 구조 개념 컷 돈이 한 바퀴 돌아 제자리로 오는 구조 개념 컷 — 출처: 개념 컷 · agy 자가 생성

7월 31일 보도로 드러난 구조를 순서대로 풀면 이렇습니다.

  • 넥서스 데이터센터라는 개발사가 텍사스주 허버드에 데이터센터를 짓습니다
  • 그 프로젝트가 150억 달러(약 21조 원) 를 조달합니다. 모건스탠리가 주도하는 은행 컨소시엄이 붙었고, 140억 달러는 브리지론과 회전 신용 한도입니다
  • 앤트로픽이 그 데이터센터에 세입자로 들어갑니다
  • 구글은 앤트로픽이 채무 불이행에 빠지면 임대료와 전력 구매 대금을 대신 내겠다는 신용 보증을 섭니다
  • 앤트로픽은 그 안에 구글과 브로드컴이 만든 TPU를 대규모로 깝니다

돈의 흐름을 따라가 보면 원이 그려집니다. 구글이 보증을 서서 데이터센터가 지어지고, 그 데이터센터에 구글이 설계한 칩이 들어가고, 그 칩을 쓰는 대가는 앤트로픽이 냅니다. 인프라를 파는 쪽이 사는 쪽의 신용을 받쳐 준 셈이에요.

구글이 받은 것

Anthropic 로고 Anthropic 로고 — 출처: Anthropic

여기서 헷갈리기 쉬운 게 있습니다. 이걸 구글이 앤트로픽을 도와준 이야기로 읽으면 절반만 본 겁니다.

구글이 보증 대가로 확보한 건 데이터센터와 발전 프로젝트의 지분 20% 입니다. 보증은 앤트로픽이 갚지 못할 때만 발동하는 조건부 부담인데, 지분은 프로젝트가 굴러가는 한 계속 남습니다.

구글이 진 것 구글이 받은 것
앤트로픽 부도 시 임대료·전력비 프로젝트 지분 20%
자사 설계 TPU 대규모 판로
앤트로픽을 자사 칩 생태계에 고정

앤트로픽 쪽 변화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지금까지는 구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 같은 클라우드 사업자에게서 서버를 빌려 썼는데, 이번엔 직접 임차인으로 들어갑니다. 중간 단계를 하나 걷어낸 거예요.

인프라를 파는 쪽이 사는 쪽의 신용을 받쳐 주면, 수요는 실제 수요와 구분이 어려워집니다

이 구조가 위험하다고 불리는 이유가 그겁니다. 보증이 없었으면 성사 안 됐을 거래가 성사되면, 그 수요가 진짜인지 만들어진 것인지 밖에서 판단하기 어려워집니다.

1.6GW짜리 발전소가 왜 붙나

전력망을 기다리지 않고 옆에 직접 발전소를 세우는 구조 개념 컷 전력망을 기다리지 않고 옆에 직접 발전소를 세우는 구조 개념 컷 — 출처: 개념 컷 · agy 자가 생성

이 프로젝트에는 데이터센터만 있는 게 아닙니다. 1.6기가와트 규모의 천연가스 발전소가 함께 들어갑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전력망에 붙는 순서를 기다리면 몇 년이 걸리기 때문이에요. 접속 대기열은 길고, 변압기 같은 설비는 납기가 3년을 넘겼습니다. 그래서 옆에 발전소를 직접 지어 버리는 선택이 나옵니다.

1.6GW면 원자력발전소 한 기를 넘는 규모입니다. 데이터센터 한 곳에 붙는 발전 설비가 그 수준까지 왔다는 뜻이에요.

선례가 있습니다

AI 인프라에 걸린 신용 보증 규모 비교 AI 인프라에 걸린 신용 보증 규모 비교 — 출처: 국내외 보도 기반 자가 렌더

처음 나온 방식이 아닙니다. 엔비디아도 오픈AI가 추진하는 오하이오 10기가와트 단지에 2,500억 달러(약 350조 원) 상당의 신용 보증을 제공하는 협상을 진행했습니다.

규모로 보면 이번 구글 건은 그보다 훨씬 작습니다. 다만 모양이 같습니다 — 칩과 인프라를 파는 회사가 그걸 살 고객의 자금 조달을 뒷받침하는 형태요.

무엇을 봐야 하나

  • 보증이 실제로 발동되는 일이 생기는지. 조건부 부담이라 지금은 장부에 크게 안 잡힙니다
  • 같은 구조가 몇 건 더 나오는지. 한두 건이면 거래지만 관행이 되면 성격이 달라집니다
  • 자체 발전소가 붙는 데이터센터의 비중. 전력망을 기다리지 않는 선택이 표준이 되는지
  • 국내에서 같은 구조가 가능한지 — 계통 접속 지연은 여기도 같지만, 자가 발전과 금융 보증을 묶는 방식은 규제 환경이 다릅니다

숫자가 워낙 커서 감이 잘 안 잡히는데, 이 거래에서 실제로 오간 현금은 생각보다 적습니다. 오간 건 대부분 약속이에요. 그 약속이 언제 현금이 되는지가 이 국면의 핵심입니다.

참고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