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이야기에서 늘 나오는 숫자는 전력입니다. 몇 기가와트가 필요하고 변전소가 언제 들어오느냐 같은 것들이죠.

그런데 국내에서 처음으로 물 수요를 따로 예측해 봤더니, 전력은 통과했는데 물에서 걸리는 곳이 3분의 1이 넘었습니다.

냉각 과정에서 증발로 사라지는 물을 표현한 3D 에디터리얼 콘셉트 씬 냉각 과정에서 증발로 사라지는 물을 표현한 3D 에디터리얼 콘셉트 씬 — 출처: 개념 컷 · agy 자가 생성

물이 어디에 쓰이나

증발식 냉각탑이 물을 소비하는 구조를 표현한 3D 에디터리얼 콘셉트 씬 증발식 냉각탑이 물을 소비하는 구조를 표현한 3D 에디터리얼 콘셉트 씬 — 출처: 개념 컷 · agy 자가 생성

서버에서 나온 열을 밖으로 내보내는 방법은 크게 둘입니다. 공기로 식히거나, 물을 써서 식히거나요.

물을 쓰는 쪽이 훨씬 효율이 좋습니다. 같은 부피의 물은 공기보다 열을 훨씬 많이 담아 나르고, 특히 증발식 냉각탑은 물이 기화하면서 뺏어 가는 열을 이용해 전기를 덜 쓰고도 온도를 낮춥니다.

문제는 그 물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증발한 만큼은 계속 새로 채워 넣어야 해요. 그래서 데이터센터의 물은 순환하는 냉각수가 아니라 소비되는 자원으로 세야 합니다.

여기서 전력과 물이 맞바뀌는 구조가 생깁니다. 물을 아끼려고 공랭으로 돌리면 전기를 더 먹고, 전기를 아끼려고 증발식으로 돌리면 물을 더 먹습니다. 두 자원 중 무엇이 그 지역에서 더 귀한지가 설계를 정하는 셈이에요.

데이터센터의 물은 순환하는 냉각수가 아니라 증발해서 사라지는 소비 자원입니다

350개 중 134개가 물에서 걸립니다

전력 공급이 가능한 데이터센터 중 냉각수가 모자란 비율 전력 공급이 가능한 데이터센터 중 냉각수가 모자란 비율 — 출처: 국민일보 보도 기반 자가 렌더

국민일보가 2026년 8월 9일 보도한 국내 첫 데이터센터 물 수요 예측 결과입니다.

한국전력이 전력은 공급할 수 있다고 판단한 데이터센터가 350개인데, 그중 134개(38.0%)는 현재 물 공급량으로 냉각수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전력망 이야기에서 늘 다루던 계통 접속을 넘긴 프로젝트들인데, 그다음 관문에서 3분의 1 이상이 걸린 거예요.

평시에는 되지만 폭염기에 물 부족을 겪을 가능성이 있는 데이터센터도 34개로 집계됐습니다. 하필 냉각 수요가 가장 큰 시기와 물이 가장 귀한 시기가 겹칩니다.

앞으로는 더 커집니다. 새로 들어설 규모를 감안하면 10년 뒤 국내 데이터센터가 쓸 물은 지금의 45배로 추산됐습니다.

지역을 보면 더 분명합니다

데이터센터가 쓰게 될 지역 용수 여유분의 비율 데이터센터가 쓰게 될 지역 용수 여유분의 비율 — 출처: 국민일보 보도 기반 자가 렌더

전국 평균보다 지역별 숫자가 사정을 잘 보여 줍니다.

전북 익산에서는 데이터센터 2개가 용수 여유분의 99.1%를 씁니다. 경북 포항은 6개가 생활용수 여유분의 85.8%, 충남 천안은 15개가 공업용수 여유분의 77.3%예요.

전남 장성 쪽은 계산이 아예 안 맞습니다. 추진 중인 데이터센터 3개에 하루 1만 톤이 넘는 물이 필요한데, 2035년 장성에서 주민이 쓰고 남을 생활용수는 하루 1,257톤으로 예상됩니다. 수요의 10분의 1 수준입니다.

물은 전기처럼 멀리서 끌어오기 어렵습니다. 송전선은 지으면 되지만 물은 그 지역에 있는 만큼이 상한이에요. 그래서 입지 단계에서 걸러지지 않으면 나중에 풀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질의 한 번의 물은 얼마인가

AI 질의 한 번에 드는 물의 추정치 비교 AI 질의 한 번에 드는 물의 추정치 비교 — 출처: 기업 공개값·외부 추정치 기반 자가 렌더

개인 입장에서 자주 보는 숫자는 질의 한 번에 드는 물입니다. 집계마다 값이 수백 배 차이 납니다.

Google은 Gemini 질의 하나에 약 0.26mL, OpenAI 쪽도 0.3mL 안팎을 제시합니다. 반면 외부 추정 중에는 10~50mL를 드는 것도 있습니다. 200배 가까운 차이예요.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까지 세느냐입니다. 데이터센터 안에서 증발한 물만 세는지, 그 전기를 만드느라 발전소에서 쓴 물까지 세는지, 모델 학습에 든 물을 질의 수로 나눠 얹는지에 따라 자릿수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질의당 숫자로 죄책감을 계산하는 건 별 의미가 없습니다. 개인 사용량은 어느 집계를 쓰든 한 모금 수준이고, 실제 문제는 그게 한 지역에 몰려 동시에 벌어질 때 생기니까요.

총량으로 보면 규모가 보입니다. 북미 데이터센터의 연간 물 소비는 1조 리터에 근접했고, 전 세계 AI 데이터센터가 직접 쓴 물은 2025년 약 5,600억 리터로 집계됐습니다. Google 한 곳만 2025년에 109억 갤런을 썼는데 전년 대비 34% 늘어난 값이에요.

효율 지표도 있습니다. WUE(Water Usage Effectiveness)는 IT 장비가 쓴 전력 1kWh당 몇 리터를 소비했는지로 냅니다. 2026년 2분기 기준으로 Amazon이 0.023, Microsoft가 0.046으로 공개됐어요. 낮을수록 물을 덜 씁니다.

정리하면

  • 데이터센터의 물은 증발해 사라집니다. 순환하는 냉각수와 다르게 계속 채워 넣어야 합니다.
  •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고 본 국내 350개 중 134개(38.0%)가 냉각수에서 걸립니다.
  • 익산은 여유 용수의 99.1%, 장성은 수요가 여유분의 10배입니다. 지역별로 편차가 큽니다.
  • 질의당 물은 집계 기준에 따라 0.26mL에서 50mL까지 갈립니다. 개인 사용량으로 판단할 값이 아닙니다.
  • 물을 아끼면 전기를 더 쓰고 전기를 아끼면 물을 더 씁니다. 지역에서 무엇이 귀한지가 설계를 정합니다.

앞으로 볼 것은 입지 심사에 물 항목이 들어가느냐입니다. 지금은 전력 계통 접속이 사실상의 관문인데, 이번 예측대로면 그 관문을 통과한 물량의 3분의 1 이상이 다음 단계에서 다시 걸립니다.

전기는 끌어올 수 있지만 물은 그 지역에 있는 만큼이 전부입니다.

참고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