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값이 해마다 오른다는 말은 이제 흔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얼마나 올랐는지를 숫자로 확인해 본 적은 드뭅니다.
10년 치를 모아 놓고 보니 통념과 다른 구간이 여럿 나왔습니다. 미국 정가는 6년째 전혀 오르지 않았고, 한국 가격은 그동안 20만 원 올랐어요. 그리고 물가를 빼고 다시 계산하면 기본 모델은 사실상 제자리입니다.
Apple 로고 — 출처: Apple
10년 동안 한국 가격은 네 번 바뀌었습니다
먼저 기본 모델만 추려 봤습니다. 해마다 새 모델이 나왔지만 한국 출시가가 실제로 움직인 해는 넷뿐이었어요.
| 연도 | 한국 출시가 | 기본 용량 |
|---|---|---|
| 2016 (iPhone 7) | 91만 9,000원 | 32GB |
| 2017 (iPhone 8) | 99만 원 | 64GB |
| 2020 (iPhone 12) | 109만 원 | 64GB |
| 2022 (iPhone 14) | 125만 원 | 128GB |
| 2025 (iPhone 17) | 129만 원 | 256GB |
빠진 해는 값이 그대로였다는 뜻입니다. 2017년에 99만 원이 된 뒤 2019년까지 3년, 2022년에 125만 원이 된 뒤 2024년까지 3년이 각각 같은 값이었어요.
라인업 자체는 그사이 여러 번 바뀌었습니다. 2017년 iPhone X가 100만 원대 상위 모델을 새로 열었고, mini는 2020년에 들어왔다가 2022년에 사라졌으며, Plus가 그 자리를 넘겨받았습니다. 2025년에는 Air가 추가됐고요. 기본 모델의 값이 잘 안 움직인 대신 선택지가 늘어나는 쪽으로 가격대가 벌어진 셈입니다.
미국 정가는 2019년에 내려간 적도 있습니다
기본 모델의 미국 정가를 앞쪽 5년만 떼어 보면 한 번 꺾입니다.
| 연도 | 모델 | 미국 정가 |
|---|---|---|
| 2016 | iPhone 7 | 649달러 |
| 2017 | iPhone 8 | 699달러 |
| 2018 | iPhone XR | 749달러 |
| 2019 | iPhone 11 | 699달러 |
| 2020 | iPhone 12 | 799달러 |
2018년 iPhone XR이 749달러였는데 이듬해 iPhone 11이 699달러로 나왔습니다. 50달러를 내린 겁니다. 값을 올리기만 하는 회사라는 인상과는 어긋나는 해예요.
한국 쪽은 어땠을까요. XR도 iPhone 11도 똑같이 99만 원이었습니다. 미국에서 6.7% 내린 값이 한국에서는 전혀 내려가지 않은 거예요.
두 나라 가격이 따로 움직이는 구간이 이미 2019년에 있었고, 그 사이를 메운 것이 환율입니다.
미국은 6년째 그대로인데 한국만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미국 정가와 나란히 놓으면 두 곡선이 2022년부터 갈라집니다.
2016년을 100으로 둔 기본 모델 가격 지수 — 출처: Apple 발표가 기반 자가 렌더
미국 기본 모델은 iPhone 12가 나온 2020년에 799달러가 된 뒤 iPhone 17까지 여섯 세대 연속 같은 값입니다. 그동안 한국 가격은 109만 원에서 129만 원으로 올랐어요.
숫자를 그대로 두고 보면 이상합니다. 같은 물건인데 파는 나라에 따라 한쪽만 올랐으니까요.
두 값은 단위부터 다릅니다. 한국 출시가는 부가가치세 10%가 포함된 값이고, 미국 정가는 주마다 다른 판매세가 빠진 값이에요.
부가세를 걷어내고 Apple이 실제로 적용한 환율을 역산하면 두 해의 차이가 드러납니다.
- 2020년 iPhone 12 · 109만 원에서 부가세를 빼면 99만 909원, 799달러로 나누면 1달러당 1,240원
- 2025년 iPhone 17 · 129만 원에서 부가세를 빼면 117만 2,727원, 799달러로 나누면 1달러당 1,468원
한국 가격이 오른 몫은 Apple이 적용하는 환산 환율이 올라간 몫과 정확히 같습니다.
오른 것은 가격이 아니라 환율입니다
그러면 그 환율은 시장 환율만큼 오른 걸까요. 세 가지를 같이 놓고 봤습니다.
2020년 대비 2025년 상승률 세 가지 — 출처: Apple 발표가·국가데이터처·기획재정부 수치 기반 자가 렌더
원달러 환율이 5년 사이 32.5% 오르는 동안 한국 아이폰 값은 18.3% 올랐습니다. 환율이 오른 만큼 다 올리지는 않았다는 뜻이에요.
역산한 환율을 시장 환율과 직접 대보면 방향이 더 분명해집니다. 2020년에 Apple이 쓴 1,240원은 그해 환율보다 14% 높았는데, 2025년의 1,468원은 2% 높은 데 그쳤어요. 원화가 약해지는 동안 시장 환율과의 차이가 오히려 줄어든 겁니다.
다만 환율은 연말 종가 기준이고 아이폰은 9~10월에 나오니, 출시 시점의 실제 환율과는 차이가 있어요. 두 해를 같은 기준으로 놓고 변화 방향을 본 것까지가 이 계산이 말할 수 있는 범위입니다.
물가를 빼면 기본 모델은 제자리입니다
명목 가격만 보면 5년에 20만 원이 오른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그사이 다른 물건 값도 올랐어요.
국가데이터처 소비자물가지수는 2020년을 100으로 놓았을 때 2025년 117.57입니다. 5년간 17.6% 올랐다는 뜻이죠.
- 아이폰 기본 모델 한국가 상승률 18.3% ·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17.6%
- 2025년 129만 원을 2020년 화폐가치로 환산하면 약 109만 7,000원
2020년 값이 109만 원이었으니 실질로는 0.7% 차이입니다. 오차라고 불러도 될 폭이에요. 체감상 비싸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 체감의 상당 부분은 아이폰이 아니라 원화 쪽에서 온 셈입니다.
용량을 맞추면 결론이 또 달라집니다
여기까지도 아직 조건이 안 맞았습니다. 2020년 기본 모델은 64GB였고 2025년은 256GB예요. 같은 값을 주고 받는 물건이 네 배가 됐습니다.
기본 모델의 저장 용량 1GB당 가격 — 출처: Apple 한국 발표가 기반 자가 렌더
1GB당 가격으로 바꾸면 2016년 2만 8,719원에서 2025년 5,039원이 됩니다. 5분의 1 아래로 떨어졌어요.
물론 저장 용량만으로 아이폰 값을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낸드 플래시 단가가 10년 사이 크게 내려온 몫이 크고, 그 하락이 곧 Apple이 값을 깎아 줬다는 뜻은 아니니까요. 다만 같은 가격을 두 해 사이에 비교할 때 기본 용량이 바뀐 해를 무시하면 추이가 왜곡된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2025년이 그 대표적인 해입니다. 시작가는 125만 원에서 129만 원으로 4만 원 올랐는데 기본 용량이 128GB에서 256GB로 두 배가 됐어요. 같은 256GB끼리 견주면 오히려 11만 원 내린 값입니다.
최상위 모델은 이야기가 다릅니다
지금까지는 기본 모델 이야기였습니다. 위쪽 끝은 정반대로 움직였어요.
| 연도 | 최상위 모델 | 한국 출시가 |
|---|---|---|
| 2016 | iPhone 7 Plus | 113만 원 |
| 2020 | iPhone 12 Pro Max | 149만 원 |
| 2025 | iPhone 17 Pro Max | 199만 원 |
2020년에서 2025년 사이 33.6% 올랐습니다. 물가를 반영한 실질로도 13.6% 오른 값이에요. 기본 모델이 0.7%로 제자리였던 것과 갈립니다.
미국 정가도 이쪽은 움직였습니다. 최상위 모델만 떼어 보면 이렇게 갑니다.
| 연도 | 최상위 모델 | 미국 정가 |
|---|---|---|
| 2016 | iPhone 7 Plus | 769달러 |
| 2018 | iPhone XS Max | 1,099달러 |
| 2022 | iPhone 14 Pro Max | 1,099달러 |
| 2023 | iPhone 15 Pro Max | 1,199달러 |
| 2025 | iPhone 17 Pro Max | 1,199달러 |
2016년에서 2018년 사이 769달러에서 1,099달러로 뛴 뒤 네 세대를 같은 값으로 버텼고, 2023년에 1,199달러가 된 뒤로 다시 3년째 그대로입니다. 기본 모델이 여섯 세대 동결인 동안 최상위는 가격을 한 차례 올린 셈이에요.
2023년의 가격 인상에는 용량 변화라는 조건이 붙습니다. Pro Max의 기본 용량이 그해 128GB에서 256GB로 올라갔거든요. 용량을 맞춰 보면 값을 올렸다기보다 아래 구간을 없앤 쪽에 가깝습니다.
정리하면 값이 오른 것은 아이폰이 아니라 아이폰의 위쪽 끝입니다. 기본 모델의 값을 묶어 두고 상위 모델의 값과 선택지를 늘리는 방식이었어요.
2026년 새 모델 발표에서 확인할 세 가지
한국 시간 9월 10일 새벽 2시 행사에서 새 모델 가격이 공개되면 10년 추이가 완성됩니다.
iPhone 18 Pro 와 iPhone Fold — 확정된 것과 아직 루머인 것
글 끝 정리 — 출처: 본문 정리 · 자가 렌더
볼 지점은 셋입니다. 기본 모델이 799달러 동결을 일곱 세대까지 끌고 가는지, 한국 시작가가 129만 원에서 또 움직이는지, 그리고 기본 용량이 256GB에서 더 올라가는지예요. 앞의 계산이 보여주듯 셋을 같이 봐야 값이 올랐는지 아닌지를 말할 수 있습니다.
기준 시점은 2026년 9월 8일이고, 여기 적힌 값은 모두 각 세대의 출시 시점 발표가입니다. 이후 조정된 값은 반영하지 않았어요.
참고 출처
- [Apple] 세대별 아이폰 발표가 (미국 정가·한국 출시가의 1차 근거)
- [ecoatm] iPhone Original Prices: The Launch Price of Every Model (미국 정가 세대별 정리, 2차 자료)
- [spemer] 아이폰 출시일 총정리 2007-2026 (한국 출시일·출시가 세대별 정리, 2차 자료)
- [국가데이터처] 2025년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 (2025년 연간 지수 117.57, 2020=100)
- [기획재정부] e-나라지표 원/달러 환율 (2016~2025 연말 종가)
- 미국 정가 중 iPhone 14 Pro Max는 2차 자료에 999달러로 적힌 곳이 있어 별도로 확인해 1,099달러로 바로잡았습니다.
- 지수·실질 가격·1GB당 단가·역산 환율은 위 발표가와 지수를 써서 직접 계산한 값입니다. 부가세는 10%로 두고 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