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ude Code 스킬을 하나 열어 봤더니 본문이 열 줄이었습니다. 주석과 빈 줄을 빼면 실질은 여섯 줄인데, 코드도 스크립트도 없이 그냥 영어 문장 몇 개입니다.

grill-me라는 스킬입니다. 하는 일은 이름 그대로 계획을 집요하게 캐묻는 것이고, 여러 공개 저장소와 스킬 마켓플레이스에 같은 이름으로 퍼져 있습니다.

여섯 줄로 뭐가 되나 싶어서 직접 돌려 봤습니다. 다만 넣은 계획은 실제 사업이 아니라 가상으로 세운 것이고, 그 선택이 결과를 어떻게 바꿨는지도 함께 담았습니다.

질문이 결정의 가지를 타고 내려가는 장면 질문이 결정의 가지를 타고 내려가는 장면 — 출처: 개념 컷 · agy 자가 생성

본문이 열 줄인 스킬

스킬은 폴더 하나에 SKILL.md 한 장이 들어간 구조입니다. 맨 위 frontmatter가 언제 이 스킬이 뜨는지를 정하고, 그 아래 본문이 뜬 다음에 무엇을 할지를 정합니다.

grill-me의 본문은 이게 전부입니다.

💻 [소스코드: grill-me 스킬 본문]

Interview me relentlessly about
every aspect of this plan until
we reach a shared understanding.
Walk down each branch of the
design tree, resolving
dependencies between decisions
one-by-one. For each question,
provide your recommended answer.

Ask the questions one at a time.

If a question can be answered by
exploring the codebase, explore
the codebase instead.

지시가 넷입니다. 계획의 모든 면을 캐물을 것, 결정 트리를 가지마다 타고 내려가며 의존 관계를 하나씩 풀 것, 질문마다 추천 답을 함께 낼 것, 그리고 한 번에 하나씩만 물을 것입니다.

저장소를 뒤져 답할 수 있는 질문이면 묻지 말고 뒤지라는 마지막 줄 지시는 조건부인데, 이번 시험에서는 한 번도 발동하지 않았습니다.

공개판과 로컬 사본은 문구가 조금 다릅니다. 공개 저장소들은 「사용자를 캐물어라」처럼 3인칭인데 제가 쓴 사본은 「나를 캐물어라」로 바뀌어 있고, 스킬이 텍스트 파일 한 장이라 이런 수정이 자유롭습니다.

받아서 써 보려면 공개 저장소에서 SKILL.md 한 장을 내려받아 ~/.claude/skills/grill-me/ 에 두면 됩니다. 폴더 이름이 곧 슬래시 명령 이름이라 그다음부터 /grill-me 로 부를 수 있어요.

🔗 링크 첨부 - https://github.com/robmitt/grill-me-skill

Claude 아이콘 Claude 아이콘 — 출처: Anthropic

가상 계획 하나를 넣었습니다

삼성역 쪽에서 베이커리 오픈 준비 중인데, 마케팅 계획에 이상이 없는지 점검받고 싶다는 문장을 넣었습니다.

실제로 준비 중인 가게가 아닙니다. 코드를 캐물으라고 만든 도구가 코드 밖 계획에도 붙는지 보려고 지어낸 소재이고, 이 점이 뒤에 나올 한계와 직접 이어집니다.

삼성역은 상권 성격이 요일로 갈리는 자리라, 평일은 테헤란로와 무역센터 쪽 오피스가 채우고 주말은 코엑스 방문객이 대신 채우는데 둘은 오는 시간도 사는 물건도 다릅니다.

결정끼리 물릴 여지가 큰 소재라야 이 도구가 일할 자리가 생깁니다.

아홉 단계에서 실제로 받은 질문

한 번에 한 질문씩 왔고, 질문마다 선택지 셋과 추천안 하나가 붙었습니다. 한 단계가 화면에 어떻게 뜨는지는 아래 첫 질문이 그대로 보여줍니다.

grill-me 첫 질문 카드 주 고객 grill-me 첫 질문 카드 주 고객 — 출처: 2026년 9월 8일 실행 화면 · 자가 렌더

받은 아홉 개를 순서대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선택지는 매번 셋이었고 그중 하나에 추천이 붙었는데, 색으로 표시한 것이 제가 고른 답입니다.

1. 주 고객 「이 베이커리가 먹고살 주 고객은 누구입니까? 둘 다가 아니라 매출의 절반 이상을 지킬 쪽 하나를 고르셔야 합니다.」 1) 평일 오피스 직장인(추천) 2) 코엑스·스타필드 나들이객 3) 인근 거주자

2. 주력 시간대 「평일 직장인의 세 시간대 중 어느 쪽을 주력으로 가져가십니까?」 1) 점심 대용식(추천) 2) 출근길 테이크아웃 3) 오후 간식·커피

3. 주말 운영 「주말을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오피스 상권의 점심 장사는 주말 수요가 거의 사라집니다.」 1) 주말 휴무(추천) 2) 주말은 나들이객 상대 3) 주말은 예약·단체 전용

4. 목표 객수 「하루 목표 객수를 어느 선으로 잡고 계십니까? 객단가 1만 원 기준으로 월매출을 같이 적었습니다.」 1) 하루 150~250명(추천) 2) 하루 100명 안팎 3) 하루 300명 이상

5. 사전주문 채널 「사전주문·픽업을 어느 채널로 받으실 생각입니까?」 1) 네이버 스마트플레이스(추천) 2) 카카오톡 채널 3) 배달앱

6. 검색어 축 「손님이 상호를 모를 때, 어떤 검색어로 이 집에 닿게 할 생각입니까?」 1) 메뉴 카테고리어(추천) 2) 특정 빵 이름 3) 장소·상황어

7. 초기 노출 「오픈 첫 달에 리뷰와 노출을 어떻게 확보하실 생각입니까?」 1) 가오픈 2주로 쌓기(추천) 2) 체험단·리뷰 대행 3) 자연 발생을 기다린다

8. 판정 지표 「오픈 4주 뒤, 무엇을 보고 계획이 맞았다고 판정하시겠습니까?」 1) 재방문율(추천) 2) 일 매출 총액 3) 네이버 리뷰 수·순위

9. 대응 순서 「4주차 재방문율이 20%를 못 넘기면 무엇부터 바꾸시겠습니까?」 1) 메뉴를 줄인다(추천) 2) 가격을 내린다 3) 홍보를 늘린다

물어본 순서가 곧 의존 관계여서, 주 고객을 정하니 주말 수요가 사라졌고 주말 휴무를 정하니 영업일이 월 22일로 굳었습니다. 앞 답이 뒤 질문의 선택지를 깎아 나갑니다.

네 번째 질문인 목표 객수에서 성격이 바뀝니다. 하루 150명이면 피크 120분에 48초당 한 명이고 250명이면 29초당 한 명인데, 응대 동선이 하나면 후자는 줄이 밖으로 나갑니다.

점심시간이 정해진 직장인은 줄을 보면 옆집으로 갑니다. 목표 객수를 정하는 순간 사전주문이 선택에서 필수로 바뀐 것이지, 사전주문을 따로 물어서 정한 게 아닙니다.

선택지에 붙는 설명도 한 줄짜리가 아닙니다. 여덟 번째 판정 지표에서 뜬 세 항목을 그날 세션 문장 그대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재방문율 (추천)] 사전주문 계정 기준으로 4주차에 재구매 비율을 봅니다. 오피스 상권은 모수가 고정돼 있어 재방문이 안 붙으면 유동 소진 뒤 그대로 꺼집니다. 단일 매출보다 먼저 볼 수치입니다.

[일 매출 총액] 가장 직관적이고 손익과 바로 연결됩니다. 다만 호기심 수요와 재방문을 구분하지 못해, 숫자가 꾸준해 보여도 손님이 매주 갈리는 중이면 못 잡습니다.

[네이버 리뷰 수·순위] 채널 전략이 먹혔는지를 직접 보여줍니다. 다만 노출은 유입까지만 책임지고 장사가 되는지는 안 말해줍니다. 선행 지표로는 쓸모가 있지만 단독 판정 기준으로는 약합니다.

고른 것은 첫 번째, 곧 추천안이었습니다.

혼자 세웠으면 안 나왔을 세 자리

질문의 값어치는 답이 아니라 결정끼리 물린 자리를 찾아낸 것에 있었습니다. 세 군데가 그랬습니다.

주말 휴무와 손익분기. 주말에 문을 닫는 결정과 손익분기를 주 5일로 다시 계산하는 일은 별개인데, 보통 앞만 정하고 뒤를 안 합니다. 임대료는 30일 나가고 매출은 22일에서만 나옵니다.

목표 객수가 구조를 정합니다. 객수는 희망 사항으로 적기 쉬운 칸인데, 150명과 250명 사이 어딘가에서 매장 운영 방식 자체가 바뀝니다.

리뷰가 순환에 걸립니다. 네이버 스마트플레이스 상위 노출에는 리뷰가 필요한데 신규 업체는 리뷰가 0이고, 리뷰를 쌓으려면 팔아야 하는데 오픈 전에는 팔 수가 없습니다. 가오픈은 이 순환을 끊는 방법이지 예행연습이 아닙니다.

셋 다 개별 항목으로는 이미 아는 이야기입니다. 걸리는 지점은 A를 정하면 B를 다시 계산해야 한다는 연결이고, 계획을 혼자 세우면 항목은 다 적어 놓고 연결을 빠뜨립니다.

이 스킬이 못 한 것

첫째, 아홉 문항 전부 추천안을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스킬이 질문마다 추천 답을 함께 내도록 되어 있는데, 가상 계획이라 되받아칠 근거가 없었습니다.

실제로 준비 중인 사람이라면 임대료 견적이나 경쟁 매장 실사 같은 자기 정보로 「그건 이래서 안 된다」를 내놓고, 거기서부터 진짜 검증이 시작됩니다. 이번 기록이 보여준 것은 계획이 검증됐다는 게 아니라 질문이 뽑혀 나왔다는 것까지입니다.

둘째, 본문 마지막 줄이 한 번도 발동하지 않았습니다. 저장소를 뒤져 답할 수 있으면 뒤지라는 지시인데, 이번 소재는 답이 전부 사람 머릿속에 있고 파일에는 없습니다.

코드 설계에 쓰면 이 줄이 실제로 작동해서 질문 수가 줄어듭니다. 코드 밖 계획에 쓰면 그 줄이 작동하지 않아 전부 사람이 답해야 합니다.

정리하면 이 도구는 계획을 대신 세워 주지 않고, 세운 계획에서 서로 물린 자리를 찾아 줍니다.

정리하면

앞서 나온 book-to-skill 편이 자료를 스킬로 만드는 쪽이었다면, 이번 것은 이미 있는 스킬을 그냥 쓰는 쪽입니다. 둘 다 스킬이 폴더 하나에 텍스트 한 장이라는 사실에서 나옵니다.

스킬 실사용 (1) — 책 한 권을 AI 스킬로 압축하는 법, book-to-skill 직접 써봤습니다

글 끝 정리 글 끝 정리 — 출처: 본문 정리 · 자가 렌더

국내에서도 Claude Code를 쓰는 곳이 늘면서 스킬 문서가 한국어로도 제공되고 있고, 기업 교육 과정도 생겼습니다. 스킬을 만들어 쓰는 단계까지 가는 사람은 아직 많지 않은데, grill-me처럼 여섯 줄로도 쓸 만한 도구가 되는 사례가 그 시작 부담을 줄여 준다고 봅니다.

측정 환경은 Claude Code 2.1.258, macOS입니다. 스킬은 판올림으로 동작이 바뀔 수 있습니다.

참고 출처